빌 커닝햄은 아침 일찍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뉴욕의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파란 재킷에 밝은 갈색 바지를 입고, 검은 스니커즈를 신고 카메라를 둘러멘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나풀거리는 주름치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재즈 연주자들의 옷에서 재즈의 아름다움을 목격합니다. 빌은 스웨터를 입은 강아지의 패션도 놓치지 않습니다. 〈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는 패션 사진작가 빌 커닝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2016년 6월25일, 뉴욕의 한 병원에서 87세로 눈을 감았습니다.
1948년 빌은 장학생으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대학을 그만두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패션을 좋아했던 그는 모자 디자이너로 변신했습니다. 이후 〈위민즈 웨어 데일리〉 〈시카고 트리뷴〉에 패션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1966년 사진작가 데이비드 몽고메리로부터 35달러짜리 카메라를 선물받습니다. 이것이 빌 커닝햄과 사진의 첫 만남입니다.
빌은 독학으로 사진을 배웁니다. 1970년대 뉴욕의 거리에서 패션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1978년, 우연히 찍은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사진으로 〈뉴욕타임스〉에 발탁되어 주목을 끌면서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수십 년간 뉴욕 거리에서 패션 사진을 찍었습니다. 빌은 거리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의 패션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의 글을 쓴 데보라 블루멘탈과 그림 작가 마샤 디언스는 빌이 평생 거리에서 목격한 것을, 그의 수많은 사진을 통해서 상상하고 재현했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빨간 자전거는 빌의 29번째 자전거입니다. 28번째 도둑을 맞아서 29번째로 산 똑같은 자전거를 임종 직전까지 탔습니다. 자전거와 패션을 제외하면 빌에게는 작은 아파트가 전부였습니다. 휴대전화, 컴퓨터, 텔레비전은커녕 주방도 없이, 오직 사진만이 수십 개의 캐비닛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모두가 디지털 방식으로 일할 때 빌은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 촬영을 계속해왔습니다. 과거의 뉴욕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빌의 사진을 보면 됩니다.
“값진 것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
그의 회고록에서 빌은 이렇게 말합니다. “패션쇼에서 디자이너들의 옷만을 보는 건 오로지 한 측면의 패션만 보는 것이다. 살아 있는 길거리, 그리고 밤의 열기가 담긴 모습까지 갖추어져야 진정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입는지 깨달을 수 있다.” 옷을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패션이 들려주는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 사진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거리의 패션을 발견해낸 그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가 가장 값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돈은 가장 값지지 않은 것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가 가장 값진 것이다(빌 커닝햄).”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이루리 작가님과 애독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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