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일본 미나마타현에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한집에 사는 3세, 5세 자녀가 차례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어머니가 의사를 찾았다. 어머니는 “고양이의 질병이 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키우던 고양이가 경련을 일으키다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미나마타병’이 최초로 보고된 순간이다. 이 책의 표지에 미나마타병에 걸린 고양이 사진이 실린 이유다. 비극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그 공동체에서 제일 약한 존재다.

이후 연구를 통해 미나마타병이 감염병이 아닌 환경공해로 인한 신경계 질환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수은이 원인이었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의사·법학자·기자 등 전문가와 피해자가 모여 ‘미나마타학(學)’이라는 학문을 만들었다. 사건을 알게 된 뒤 45년 동안 미나마타병에 몰두해온 의사 하라다 마사즈미는 2000년부터 구마모토 학원대학에서 미나마타학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 시험은 치르지 않겠습니다. 기억해내야만 하는 것 같은 지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나마타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미나마타병 사건을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하는 학문이며, 거기서부터 스스로 연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학문이며, 연구자와 학생뿐 아니라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미나마타학 강의록을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번역한 결과물이다.

번역자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강공언 원광보건대 보건의료학부 교수다. 그는 비료공장의 악취로 마을 주민 3분의 1이 각종 암으로 사망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조사를 이끌어낸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환경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공장과 마을 간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형식적인 사과와 보상이 뒤따랐지만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장점마을학(學)을 만들 수 있을까.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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