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7월2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 관계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 개의 주식이 있다. 두 주식 모두 현재 주가는 100원이다. 그러나 기대수익은 서로 다르다. 주식 A는 내일 아마도 150원이 될 것이다. 주식 B는 200원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질문. 당신이라면 어떤 주식을 사겠는가? ‘사람을 뭐로 보고 이런 질문을 하느냐’라고 화내시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주식 B라고 답했으면 틀렸다. 주식 A 역시 틀린 답이다.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태어난 한국의 사모펀드 산업은 적어도 국내에선 외국계 사모펀드와 맞장뜰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많은 부침을 겪고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달아 터진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대형 사모펀드 사고는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기름을 부었다. 정책 실패, 불완전판매, 주가조작, 사기, 정경유착 등 온갖 부정적 말들이 사모펀드와 연관되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모집 형태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나뉜다. 공모펀드는 공개적(公)으로 투자자들을 모집(募)한다. 소액투자도 가능해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무난한 펀드다. 반면 사모펀드는 사적(私)으로, 즉 비공개로 모집(募)하는 펀드다. 주로 은행·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나 상당한 수준의 재력가들이 투자한다. 사모펀드가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이유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모펀드에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 두 가지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이나 옵티머스는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부채)를 순자산의 400%까지 일으켜(순자산이 1억원이라면 4억원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피인수 기업 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영업 방식이나 사업구조, 지배구조 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기업을 매각하거나 상장(IPO)해 수익을 실현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공모와 사모를 합친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모두 291개다. 이들이 만든 펀드 수는 1만5000개 이상, 총 설정액(펀드에 모집된 금액. ‘수탁고’라고도 불린다)은 650조원, 총 순자산(운용수익을 반영한 펀드 실제 가치)은 659조원 정도다. 참고로 2019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900조원이다.

ⓒ연합뉴스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왼쪽)와 이 아무개 마케팅본부장이 7월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성장 뒷면에 숨겨진 그늘

사모펀드의 총 순자산은 416조원으로 공모펀드 242조원을 크게 앞선다. 총 수탁고도 사모펀드가 412조원, 공모펀드가 237조원이다. 전문 사모운용사 수도 2015년 불과 19개에서 2020년 5월 233개로 급격히 늘었다. 한국에서 겨우 20여 년 전 처음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걸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사모펀드 산업은 위기다. 라임, 옵티머스 등을 포함해 환매(투자자들이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펀드로부터 투자금을 회수)가 중단된 금액이 모두 6조원을 넘는다. 옵티머스 사태가 터진 지난 6월 중순부터 그달 말까지 공모와 사모펀드 모두에서 투자자들이 회수해간 금액 역시 거의 20조원에 달한다.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이참에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할 태세다.

한국과는 달리 외국의 사모펀드 업계는 코로나19에 얻어맞고도 거뜬하다. KKR과 베인캐피털 등 ‘딜(deal) 수’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 사모펀드 회사들의 거래금액은 지난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이미 400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대형 뉴스가 6월 초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이 확정기여형 연금계좌(401k)를 통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401k를 통하면 연금계좌 주인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 다양하게 대상을 선택해 투자하고 투자 성과를 퇴직급여에 반영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공적연금(public pension fund)들은 오랫동안 사모펀드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개인들의 연금계좌에 있는 돈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제해왔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위험이 크고 유동성이 낮으며 불투명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 방식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무려 8조 달러에 달하는 연금계좌의 돈을 아폴로,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사모펀드 그룹의 숙원이었다. 사모펀드 로비 단체인 ‘미국 투자위원회(AIC:American Investment Council)’는 미국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진보’라며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포브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의 연금을 늑대들에게 갖다 바칠 문을 열어젖혔다. 앞으로 연금 투자자들이 도살자들에게 게걸스럽게 잡아먹히는 양의 신세가 될 것이다”라는 칼럼을 내놓았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수익률에 목말랐던, 3950억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는 사모펀드 투자를 통해 7%의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6월에 발표했다. 사모펀드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상장사(public company)들이 상장폐지를 통해 사기업(private company)으로 회귀하는 추세도 현재진행형이다. 상장사 경영자들은 수많은 규제와 공매도 투자자들의 공격, 그리고 주주들의 다양한 요청 및 압박에 시달린다. 사모펀드는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상장을 폐지하더라도 사모펀드 투자를 받으면 번거로운 규제들을 피하면서 큰 규모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추세가 규제완화와 겹쳐 팬데믹 혼란 속에 사모 자본(private capital)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는 칼럼을 실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인가를 받은 헤지펀드다. 운용자산규모(AUM)가 2015년 말에는 210억원에 불과했으나 2년 뒤 1조4500억원 이상으로 70배 가까이 뛰었다.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6월에는 5조6540억원을 운용하던 업계 1위의 공룡 펀드였다. 라임은 저금리 시대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와 맞물려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성장 뒷면에 숨겨진 그늘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입맛이 쓴 케이스가 됐다. 지난해 6월 자산 부실화와 펀드 돌려막기(자산운용사가 여러 펀드를 운용하면서, 특정 펀드에 다른 펀드의 돈을 제공하는 행태. 돈을 제공한 펀드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다. 지난해 10월엔 최대 1조3000억원 환매 중단이, 그리고 올해 1월에도 추가로 수천억원 환매 중단이 발표되었다. 금융 당국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펀드는 모두 4개(플루토FI D-1, 테티스2, 플루토TF-1, 크레딧인슈어드1)로 모두 1조6000억원 규모다. 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현금화가 어려운) 국내 사모사채(공모 절차 없이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림), 메자닌 채권(전환사채 등 옵션이 결합된 채권들), 무역금융 등에 투자해왔다. 이들은 ‘모(母)펀드’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펀드들이 수많은 하위 펀드, 또는 자(子)펀드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AI스타 1.5Y는 모펀드인 플루토FI D-1에 투자하는 자펀드다. 투자자들은 자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다. 모펀드-자펀드로 펀드를 설계한 이유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한 규제 때문이다. 자펀드를 여러 개 만들면 이 같은 규제를 피해 펀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라임의 경우 문제가 된 모펀드들에 딸린 자펀드는 모두 173개. 다수의 자펀드를 설계하면서 펀드 간 순환출자 및 돌려막기도 가능해져 사태를 키운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신용이 보증된(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줄 알고 크레딧인슈어드1의 자펀드에 투자했다 치자. 자펀드는 그 돈으로 모펀드인 크레딧인슈어드1에 투자한다. 그런데 크레딧인슈어드1이 다른 모펀드인 플루토나 테티스에 투자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자펀드 투자자들에겐 환매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벌어졌다.

모펀드-자펀드로 설계한 또 다른 목적은 펀드를 개방형(open-end)으로 만들어 판매를 늘리기 위함이다. 만기 이전에 환매가 가능하면 개방형, 그렇지 않으면 폐쇄형(closed-end)이다.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투자자들은 개방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을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집해 유동성이 낮고 위험이 높은 자산들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폐쇄형으로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임의 경우 모펀드는 폐쇄형, 자펀드는 개방형으로 디자인됐다. 개방형 펀드라 하더라도 여러 개의 자펀드들에서 동시에 환매가 요구되는 펀드런(fund run)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산발적 환매 요구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이에 더해 비유동자산에 투자한 모펀드들은 증권사들과 체결한 총수익 스왑(TRS:Total Return Swap) 계약으로 자펀드들에 유동성을 제공해 개방형 펀드 설정을 도왔다. 이 TRS 계약은 펀드 환매 중지 사태의 주요 원인이며 그 손실을 증폭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옵티머스자산운용 연루 의혹을 받는 스킨앤스킨 신규사업부 총괄고문 유 아무개씨가 7월2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자본시장 감시체계에 대한 도전

그렇다면 TRS 계약이란 무엇인가? 간단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자신이 가진 돈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돈을 빌려) 투자하면 손실위험도 커지지만 수익률 대박도 노릴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3억원을 담보로 줄 테니 네 돈 3억원을 더해 삼성전자 주식 6억원어치(주당 6만원, 1만 주)를 나 대신 사달라.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배당 및 자본수익 등 모든 수익은 내가 갖는다(즉, 너는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에게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너에게 빌린 돈 3억원은 이 계약이 끝나는 1년 뒤에 내가 가진 다른 어떤 부채보다 우선해서 갚아주마(선순위 부채). 수수료(이자)도 꼬박꼬박 챙겨 갚는 건 물론이고…. 게다가 삼성전자 주식은 내가 돈을 갚을 때까지는 네가 소유하게 되니 추가 담보로 생각해도 될 거다. 만기에는 네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1만 주를 되사주마. 너는 담보를 받은 데다 주식까지 갖고 있으니 안심하고 이자 받으면 되어 좋고, 나는 투자금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테니 좋고. 어때?”

이 TRS 계약에서 ‘총수익 매도자(매도자)’로 불리는 당신 친구(실제로는 증권사)는 스스로 보유한 기초자산(여기서는 삼성전자 주식)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당신에게 준다. 그 대가로, ‘총수익 매수자(매수자)’인 당신(실제로는 펀드)은 매도자에게 수수료(스왑 이자)를 지급한다. 이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우선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담보는 물론 그 담보로 빌린 돈까지 제공한다. 매도자는 그 돈으로 기초자산을 매입한다. 쉽게 말해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담보를 주었으니 거기에 당신 돈을 더 얹어서 우리 대신 기초자산을 매입해달라’고 부탁하는 셈이다.

매수자가 직접 기초자산을 매입하지 않고 굳이 복잡하게 매도자에게 사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돈을 더 싸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줄 때 이미 담보를 받았고 그 돈으로 산 기초자산까지 소유하게 된다. 미상환 위험을 확 줄인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따라서 대출이자를 낮출 유인이 생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는 것보다 싸게 돈을 빌릴 수 있으니 좋다. 게다가 장부 외(off-the-book) 거래인 TRS를 이용할 경우, 자산 매입을 위해 일으킨 레버리지가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이점도 있다. 보통 TRS 거래 만기에는 매수자가 매도자로부터 기초자산을 재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결국 기초자산의 실질적 보유자인 매수자가 기초자산을 매도자에게 잠깐 동안 맡겨두었던 셈이다. TRS가 ‘파킹(parking)’ 거래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문제가 된 라임 모펀드(총수익 매수자)들은 여러 증권사들(총수익 매도자)과 6700억원 규모(환매 중지된 1조6000억원의 42%)의 TRS 계약을 맺었다. 기초자산은 메자닌 채권들. 증권사들이 30억원을 담보로 받으면 100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담보비율 30%의 거래였다. 만약 펀드 운용 실적이 저조하거나 손실이 날 경우 증권사들은 담보가치 하락에 대비해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마진콜). 마진콜에 대응하는 만큼 유동성이 소진되고 운용비용이 상승하면 이는 펀드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추가 마진콜(담보비율 추가상승)을 받게 된다. 라임의 경우 담보비율이 100%까지 올랐다. 담보비율 100%는 사실상 레버리지가 0인 것으로 대출로 빌린 돈이 모두 회수된 것이나 다름없다. 펀드 수익률이 낮아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선순위 채권자인 증권사들이 대출을 거둬들이자 펀드런이 가속화되었다. 라임펀드로서는 한창 어려울 때 부담이 극대화되는, ‘비 올 때 우산을 빼앗기는’ 처지가 된 셈이다. 결국 펀드는 환매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7월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나재철 회장이 사모펀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4개 펀드, 약 2400억원이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사태는 라임 사태보다 이해하기 쉽다. 아예 대놓고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서류를 위조해 안전한 자산(공공기관 매출채권 등)에 투자할 것처럼 속여서 투자자들을 대거 모집한다. 이후 모집된 자금을 부동산 개발회사와 대부업체들이 발행한 ‘고위험 사모사채(부동산업체나 대부업체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파는 채권. 금리가 높은 대신 미상환 위험이 크다)’에 투자해 큰 수익을 노린다. 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런 사기극을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서 이들이 실제로 공공기관 매출채권 같은 안정적 자산에 투자한 적이 없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감시체계를 얼마나 우습게 봤기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맥이 풀릴 지경이다.

미국에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공모펀드에 비교해 느슨한 것은 투자자를 사적으로 모집하는 탓에 추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영향이 일반 대중에게 파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들 역시 사모펀드의 위험을 잘 이해하고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전문적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모펀드는 실제로 금융기관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지만, 사모펀드로 규정되었다는 이유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괴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문제점들이 이제 터져 나오고 있다.

글 첫머리의 질문을 약간 수정해 다시 여쭙겠다. 주식 A는 내일 ‘확실하게’ 150원이 된다(불확실성, 또는 위험이 없다). 주식 B는 99%의 확률로 0원, 나머지 1%의 확률로 대박이 나서 2만원이 된다(위험이 크다). 이제 당신은 어떤 주식을 선택하고 싶을까?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 수 없다’로 제시했던 이유는 기대수익을 얻기 위해 감내해야 할 위험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익률(return)은 위험(risk)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작은 위험만 감수하겠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겠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모펀드는 후자다. 투자 동기, 목적, 방식, 평가, 책임 등 투자에 얽힌 모든 것들은 오로지 위험과 수익의 균형관계로 귀결된다. 자본시장이 때로 무자비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반칙이 없을 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낮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투자의 당연한 속성이지만 여기에 끼어드는 범죄적 시도는 철저히 제어해야 한다. 자본시장 감시체계는 범죄와 사기를 잡아내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핵심 장치다.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는 한국의 자본시장 감시체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기자명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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