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내내 문 닫힌 동네 구립도서관을 지나가며 생각한다. 일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학생들로 바글바글한 영어, 수학, 독서논술 학원들을 들여다보며 생각을 바꾼다. 일상은 이미 돌아왔나. 불투명 칸막이 앞에서 급식을 씹어 삼키는 초등학생들을 보고 가슴이 저미다가, 왁자지껄 술잔을 부딪치며 떠드는 시내 술집 풍경 앞에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출퇴근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 포스터들을 지나 지하철을 타면 내 어깨 바로 뒤에 타인의 코와 입이 있다. 내 코와 입은 또 다른 이의 어깨나 얼굴을 한 뼘 남짓 거리로 마주한다. 마스크로 막아놓긴 했지만 너무 가깝다. 내 비말이 저이에게 갈까, 저이의 비말이 나에게로 올까 입을 오므리고 최대한 가만가만 숨을 쉬어보지만 불편하고 주저되는 마음을 내내 지울 수 없다.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모두 한 발짝 뒤로, 전철 칸이 소리 없이 술렁인다.
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여 있다. ‘뉴노멀’ 세상이라는데 어떤 것들은 지극히 예전 그대로다. 계속 헷갈린다. 우리 앞에 닥친 이 위험은 얼마만 한 크기인가? 식당에 가서 마스크 벗고 밥 먹는 건 괜찮겠지? 몸이 너무 찌뿌드드한데 동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해도 될까? 이번 주말 친구 결혼식에 가는 건 위험하려나? 지인 모친상인데, 조문은 해도 되겠지? 절만 하고 올까, 육개장 한 그릇 먹고 와도 될까…. 나와 내 가족의 위험과 안전, 팬데믹 사회 시민의 자유와 의무 사이 수천, 수억 가지 선택지 앞에서 초조하게 머뭇댄다.
결국 이렇다 할 답은 없다. 집 밖에 나가 승강기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아슬아슬한 모험으로 느껴지던 지난 겨울날부터, 마스크만 썼다뿐이지 일하고 놀고 만나고 먹고 마시고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한 지금 여름날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 자체는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바뀐 것은 위험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다. 어찌 보면 담담함이고 달리 보면 체념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억셉터블 리스크(acceptable risk:수용 가능한 위험)가 조정된 것인데, 개인마다 조직마다 사회 분야마다 그 업데이트 시기와 수위 조절이 다르다. 그래서 어긋남과 헷갈림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매일 각자의 ‘새로 고침’ 버튼을 자주, 그러나 신중히 만지작거려야 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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