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7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이 미쳤다. 신문에는 ‘신고가 경신’ 기사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당했다는 30~40대의 목소리가 인터뷰로, 혹은 설문으로 등장한다. 바야흐로 부동산 폭등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이 고심하는 것은 결국 ‘숫자’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이 8억원을 돌파했다는데, 여기서 8억원과 9억원은 85㎡의 이야긴지 전체 아파트의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또 실거래가 가격을 통해 그 중위 가격이 입증되는지도 궁금하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85㎡ 이상 아파트의 최근 6개월(2020년 1~6월) 동안 매매가격은 5월 들어 8억원을 돌파했다. 서울에서 비싸다는 강남 3구+동작,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아파트 외에도 마지막에 오른다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매매가격이 올랐다. 수도권은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다 올랐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각각의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무용하다. 정책의 핵심은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에 규제를 적용하여 거래를 둔화시키고 ‘비싸게 부르지 못하게 해서’ 집값을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1)조정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통해 해당 지구의 LTV(집값 대비 대출 비율), DTI (소득 대비 대출 비율), DSR(총부채원리금 상환 비율) 축소를 통한 대출 규제 2)양도소득세, 취득세, 보유세 개편을 통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정리될 수 있다. 신혼부부거나 아이를 키워 이사를 고려했던 사람들은 잘 알지만, 너무 제도가 복잡하고 어지러워서 다 기억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예외가 있으나 상황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호하다. LTV 등에 혜택을 주는 생애 최초 디딤돌대출이나 신혼부부 특별청약 등이 있지만, 디딤돌대출은 서울의 집을 사기에는 한도액이 너무나 부족하고, 신혼부부 특별청약은 청약 물량과 비교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물량이다. 결과적으로 규제는 많았지만 여러모로 부동산 가격을 다스리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충청북도 청주산업단지 내에 있는 SK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의 모습.

서울파와 교외파의 논쟁

물론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갈 수도 있다. 사실 그 부분이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격을 다스리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좀 더 사회학적으로 짚어보려 한다. 서울은 글로벌 도시다. 일본에서 대침체 이후 아베노믹스로 경기부양을 했을 때 나왔던 개념이 무엇인지 기억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지방 소멸’이다. 전국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대도심부, 즉 오사카나 도쿄의 도심 베드타운이 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가 떠오른다.

영화 속 주인공은 대도시 교외의 신도시 출신 40대로 아이가 있는 이혼 남성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엄마 집’에 찾아가고 태풍이 온다. 엄마 집 주변의 경관은 을씨년스럽다. 영화는 인구가 줄어들고 지가가 하락하며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노인들만 사는 ‘교외’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 시기 도쿄 도심이나 오사카 도심은 다시금 활성화되었다.

서울 아파트가 떠오르는 현상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도시의 승리’ 시대에 글로벌 도시가 겪는 자연스러운 보편적 현상으로 보인다. ‘투기꾼’과 ‘다주택자’가 가격을 ‘들어 올려’ 생긴 일일 뿐만 아니라, 서울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로도 볼 수 있다. 정치·경제·언론의 중심이 서울에 있다. 국회와 정치 관련 업계와 기획사가 모두 서울에 있다. 언론사는 여의도·마포·종로에 넓게 포진해 있다. 재계는 SK하이닉스처럼 멀쩡한 공장과 연구소를 어떻게든 구미에서부터 청주로 이어진 기존 벨트보다는 수도권에 새로 지으려 한다.. 제조업도 지식기반산업이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선소마저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센터와 엔지니어링센터를 판교까지는 북상시키려 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1960년대에도 박정희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정렴씨가 “우수한 두뇌를 쉽게 집결시키려면 대전 이남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라며, 연구단지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설치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이 없으면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고 모두가 원하는 입지는 ‘서울권’에 있다.

그런 점에서 돌이켜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공약은 참으로 원대하고 담대한 계획이었다.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핑계로 중단시키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도 훨씬 더 나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의 세종시도 의미는 있지만 정부 조직의 일부만 이전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비효율을 겪어야 한다고 투덜댄다. 그 비효율이 싫었다면 모든 정부 조직이 행정수도로 가야만 했다. 금요일 저녁 오송발 서울행 KTX는 만석이다. 물론 부울경 산업도시에서 근무하는 ‘기러기 아빠’들과 ‘주말 커플’도 서울행 셔틀버스를 탄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서울을 찾고 회사도 그 사람들을 따라간다. 내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울파’와 ‘교외파’가 논쟁을 한다. 서울에 굳이 왜 사느냐며, 일산 등지에 저렴한 아파트를 전세로 살거나 구매하면 되지 않냐며 교외파가 말을 꺼낸다. 보통 그런 말을 꺼내는 친구들은 서울로 통근하지 않는 프리랜서나 작가·예술가 등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편도로 1시간 넘게 타는 고충을 아느냐’며 통근하는 서울파가 따진다.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상태)’을 내세운 서울파의 주장에 교외 생활의 여유로움을 내세운 교외파가 패배하는 것이 최근 상황이다.

ⓒ연합뉴스7월18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양한 규제정책은 서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사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들이 기회만 되면 ‘잡고 싶은’ 곳이다. “사는 곳(places to live in)을 사는 것(things to buy)이 되지 않게 하겠다”라는 신호를 정책이 줄 때마다, 수도권 거주 30~40대들은 그 지역이 왜 신고가를 경신하게 됐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사는지 깨닫게 됐다. 규제로 LTV 40%가 적용되므로 실수요자인 수도권 거주 30~40대들은 신용대출을 한도까지 받고, ‘부모 찬스’를 쓸 수 있으면 그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공공부문에 근무할 경우 공제회 자금 대여 등을 모조리 동원해서 현금과 신용대출 60% 이상을 ‘쌓고’ 서울 아파트를 매입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다가)’이라는 말은 참으로 맞는 말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30대의 주택담보대출액은 102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35.7%에 달한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신호를 줬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강남 아파트 매각 문제로 생활인으로서의 윤리와 공직자 윤리가 충돌하는 딜레마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자기들도 못 팔면서…”라고 한탄하는 사람들의 말 뒤엔 ‘당장 팔라’는 분노도 있겠지만, ‘팔라고 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물론 이 문제에서 전임 정부들의 책임을 덜어내긴 힘들다. 현재 벌어진 서울 아파트 과열의 기저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 해제 같은 ‘토건 우선’, 박근혜 정부 시절 ‘초이노믹스’의 최경환이 설계한 ‘빚내서 집 사라’ 식의 LTV 70% 허용이 깔려 있다. 이렇게 빚을 많이 내서(레버리지를 동원해) 아파트를 산 경험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이미 아파트 가격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기에 해체는 쉽지 않다. ‘빚내서 비싸게 집을 사는’ 체제의 해체는 필요하겠지만 현행 방식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시민의 욕망을 폄하하며 정책을 집행하는 측면이 있다. 실질적인 문제는 안 풀리고 원성만 산다. 말하자면 허깨비와 싸우는 중이다. 월세 살다가 전세 살고, 전세 살다가 ‘똘똘한 집 한 채’를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투기꾼이 조장한 바람에 휩쓸리는 속이 시커먼 사람들”이라고 보는 정책의 눈이 서슬 푸르다. 직주근접과 다양한 인프라를 바라는 실수요자가 순식간에 속이 시커먼 사람이 된 셈이다.

30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에는 현상의 본질을 외면하고 ‘선한 의지’를 표명하며 도덕 정치를 수행하려는 정책 당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고 본다. 정책 당국은 기존 규제에 더하여 보유세 인상도 천명했다. 규제정책의 일환으로 수행했던 다주택자의 ‘개인 주택임대사업자’ 혜택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쩌면 개인 주택임대사업자, 법인 주택투자자나 일반 다주택자들이 집을 급매로 팔아서 싸게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도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도 부담이고 파는 사람도 부담이다. 정책 당국 역시 집값이 여전히 춤을 추는 상태에서는 LTV를 풀 수도, 보유세를 낮출 수도 없다. 이미 뱉어놓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인상도 집어 넣기 옹색한 상황이다.

정책 연구에서 중요한 단어는 상충관계(trade-off)다. 하나를 이루려면 반대 방향에서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주택 과세 중 양도소득세·취득세는 보유세·재산세와 반대 방향에 있다. 먼저 양도소득세·취득세를 인상하면 시장에 “거래하지 말고” 한 채에서 오래도록 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럴 때는 시세차익이 확실하거나 이사의 필요가 있을 때만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취득세를 올리면서 동시에 보유세·재산세를 올리면 반대 방향의 신호가 가게 된다. 갖고 있어도 ‘세금 폭탄’, 거래하려 해도 ‘세금 폭탄’이면 여기저기서 화를 내고 버티면서 화를 응축한다. 물론 다주택자에게 한정으로 과세를 높일 수 있지만, 그러면 ‘파훼법’ 혹은 꼼수가 반드시 어디선가 업자들의 머릿속에서 등장한다. 그게 한국 부동산의 역사다. 반대 방향은 보유세·재산세를 올리고 양도소득세·취득세를 낮추는 방향일 것이다. “비싼 집 갖고 있으면 손해다. 비싼 집 여러 채면 팔아라”는 신호가 된다. 그러려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또한 낮춰야 한다. 그래야 비싼 집을 빨리 매도해버릴 것 아닌가.

어느 방향이든 잘 설정만 된다면, 정부는 가장 확실하게 과세할 수 있는 세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거나 신혼부부가 입주할 신도시 입주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양쪽을 다 높이는 방향, 즉 실수요자든 다주택자든 모두에게 원성을 사기 쉬운 방향이다.

ⓒ연합뉴스7월22일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 매물을 문의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의제

좀 더 근본적인 상충관계도 있다. 이것 때문에 정부의 입장 선회가 더 어려워진다. 서울 집값이 오를수록 지역 균형발전은 해내기가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딜레마다. 서울 부동산에 대한 규제 논의가 오가고 서울 아파트가 ‘희소재’가 될수록, 지방에서 개인 임대사업자를 하던 사람도 투기꾼도 모두 다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밑천으로 삼으려 들게 된다. 실제로 3년간 수도권과 세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의 주택 실거래가는 오른 적이 별로 없다. 지방에서는 주택가격 과열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경기침체와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을 더 고려했다면, 사실 정부가 온 힘을 줘서 풀 베팅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데 자본금이 모자라서 살 수 없는 수도권 30대들이 ‘사다리 걷어차기’의 느낌으로 불만이라면, 지방의 청년들과 30~40대들은 아예 ‘성 밖에 머문다’는 열패감을 느낀다. 그런데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의 문제를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과 병행해서 하려다가 전자도 후자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니, 조급증과 상기된 얼굴을 감출 수 없다. 집권 여당 의원들과 기재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들고나왔지만 광역단체장들이 반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무산시켜버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깨비와 싸운다고 했다. 포기할 것과 얻어야 할 것을 분명히 구분해야 할 텐데, 서울 부동산은 희소재가 되었고, ‘선한 의지’의 도덕정치는 출구 찾기를 거부하게 만든다. 젊은 층의 불만도, 정부의 서운함도 모두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결자해지는 정부가 해야 한다.

필요한 조치의 핵심은 정책 당국이 모든 정책목표를 한 번에 이루려고 하는 욕심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욕망과 싸우려 하지 말고, 정책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거기에 집중하는 데 있다. 마침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다시 행정수도 이전을 의제로 던졌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180석 의석으로 여론을 동원해 뒤집고 지역 균형발전 방향으로 다시금 나갈 수 있을까? 정치적 의사결정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질적 질문인 ‘사는 곳’의 문제, 즉 주거복지와 지역 균형발전을 어떻게 만들지에 더 주목하게 된다. 그건 규제로 풀 수 없는 문제니까.

기자명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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