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교양인 펴냄

“홉스의 일생 중 상당 기간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애덤 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 토머스 홉스 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공교육 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우리는 거의 조건반사로 내뱉을 수 있다. 그러고는 이 위대한 사상가들이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어떻게 위대해졌는지 거의 생각할 일 없이 살아간다.
이럴 때 훌륭한 해결책이 있다. 전기다.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 그들이 해결하려 했던 당대의 과제, 그리고 이들의 인간적 기질과 약점까지 이해하게 해주는 전기는 위대한 사상으로 가는 좋은 입구다. 미국의 철학 교수인 저자 마티니치는 겸손하면서도 꼼꼼한 필치로 홉스의 삶을 오늘에 되살린다. 근대 서구 정치철학의 뿌리로 인정받는 홉스가 궁금했지만 고전의 벽이 너무 높았다면, 마침맞은 대안이 드디어 나왔다.

 

 

 

 

 

 

아무튼, 언니
원도 지음, 제철소 펴냄

“중앙경찰학교에서 알게 된 언니들은 나의 조력자이자 구원자가 되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의기투합해 2017년부터 돌아가며 내는 ‘아무튼’ 시리즈의 새 책이 나왔다. 저자 원도는 본인을 “한 마리의 가자미”라고 소개한다. 바다 아래 납작하게 엎드려 있지만 그곳이 바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갔다. 사람들은 원도를 볼 때 원도 자신보다는 장애를 가진 그의 오빠를 떠올렸다. 그의 삶은 오빠를 보살피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스물세 살에 경찰이라는 조직에 입직한 뒤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남성 비율이 90% 가까이 되는 조직에서 한 줌의 여성들은 서로의 애환을 나누는 사이가 되고, 더 나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언니들은 아픈 오빠를 둔 동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였다.”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권김현영 외 12명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코로나19가 드러낸 또 한 가지는, 돌봄은 언제나 위기였지만 잘 감춰져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돌봄 위기’를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기의 주어도 다양했다. 돌봄을 받고 있던 취약계층도, 돌봄을 하는 요양보호사나 간병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여성의 위기와 가까웠다. 돌봄을 떠안은 이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과 가정에 투입된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는 우리가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 공감과 돌봄 능력을 가진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3명의 페미니스트들이 감염병이 드러낸 여성의 재난을 사유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재난 불평등 이외에도 성전환 여성의 여대 입학 포기 사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등 2020년 상반기를 훑고 간 ‘위기’들을 진단했다.

 

 

 

 

 

 

 

사랑이 아닌 것은 별
사이하테 타히 지음, 정수윤 옮김, 마음산책 펴냄

“100년이 지나면, 어차피 다들 누구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일본어는 한국어처럼 주어, 목적어, 동사 순이다. 일본의 시인 사이하테 타히는 행동보다 대상을 먼저 서술하는 이 어순에 대해 ‘신체보다도 세계를 우선적으로 의식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언어로 시가 번역되는 건 시인에게 ‘매우 기묘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다가 첫 번째 시집 〈굿모닝〉으로 만 21세에 제13회 나카하라 주야 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의 시집이 번역되어 나왔다. 그는 비디오 아트를 활용해 시 전시회를 열고 호텔과 연계해 ‘시 숙박’을 기획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사이하테 타히’라는 장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3부작의 첫 번째 시집이다.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사랑의 솔기는 여기〉가 동시에 출간됐다.

 

 

 

 

 

 

 

튀김의 발견
임두원 지음, 부키 펴냄

“튀김은 저의 영원한 소울 푸드입니다.”

참 편안한 책이다. 동물을 먹지 말라고, 탄수화물을 줄이라고, 밀가루를 끊으라고 핏대 세우지 않는다. 건강과 상극이라며 박해받아온 튀김이 사실 “전 세계인의 소울 푸드”라고 말한다.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건 조상들이 몸속에 남긴 DNA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튀김 마니아인 저자는 고분자공학 박사이기도 하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이라는 튀김 요리의 미덕은 어떤 원리로 구성되는지, 왜 밖에서 먹은 튀김이 집에서 한 튀김보다 맛있게 느껴지는지, 무슨 기름이 튀김에 가장 적합한지 등 흥미로운 튀김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어체 문장과 튀는 구성이 내용을 더 빛낸다. 치킨 먹으면서 읽고 싶은, 푸근한 과학 요리 에세이.

 

 

 

 

 

 

 

세계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랜디 찰스 에핑 지음, 이가영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정치인들이 미사여구로 대중을 조종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오늘날의 경제를 ‘융합경제 (fusion economy)’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수소 원자들이 합쳐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듯, 세계경제 역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에너지와 예기치 않은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이나 이탈리아의 정권교체는 어떻게 세계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데 달러 가격은 왜 오를까? 외국 자본이 어떻게 나의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걸까?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경제다.
환율과 무역협정 등 세계경제 기초 지식부터 그린 뉴딜 같은 미래 경제 트렌드까지, 꼭 알아야 할 세계경제의 핵심을 명쾌하고 생생한 사례로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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