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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자 나랏빚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그러나 세계를 둘러보자. 각국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 확장을 실시하여 정부 부채가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말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19년 말에 비해 약 20%포인트나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약 25%포인트, 그리고 일본도 약 22%포인트나 된다. 한국은 정부 부채 비율의 증가 폭이 선진국들 중 가장 낮은 약 5%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미약하다. 현재는 국채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아 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이 작아서 기초재정수지가 균형이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안정화될 수 있다. 또한 심각한 불황이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실업과 기업의 투자 감소 등이 주는 불황의 이력 효과는 생산성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축을 주장했던 보수적 거시경제학이 퇴조했고 재정 확장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가 지배적으로 되었다. 특히 중앙은행이 정부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재정을 떠받치고 있고, 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재정 확장이 불황을 극복하고 성장을 촉진하면 세수 증가로 이어져 재정에도 결국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또 다른 빚더미가 민간 부문에 존재한다. 기업 부채와 가계부채가 그것이다. 코로나 충격이 닥치기 전에 이미 세계경제의 부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서 빚은 계속 증가하여 전 세계 GDP의 약 270%에서 약 320%로 높아졌다. 정부 부채가 약 30%포인트, 비금융기업 부채가 약 13%포인트 증가했다. 경제학자 민스키가 강조했듯이 부채는 결국 금융과 경제를 취약하게 만든다. 경기가 좋을 때는 빚을 내어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구제금융은 도덕적 해이와 위험 추구를 더욱 강화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금융안정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로 대출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안전자산으로의 집중이 심화되어 부채가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위기 때는 은행 부문이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자본시장이 문제다. 고위험 회사채 시장에서 역할이 커진 뮤추얼펀드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자산 매각 가능성과 사모펀드의 높은 레버리지에 기초한 투자전략의 위험성이 지적된다. 기업들이 달러로 빚을 진 신흥경제 국가들의 금융위기 가능성도 높다.

민간 부채 증가와 자본시장 취약성에 주목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여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하여 대차대조표가 6조 달러 넘게 불어났다. 그 덕분에 충격은 완화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간 괴리는 심해졌고, 코로나19의 2차 유행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은 부채가 많은 기업의 신용도 하락과 파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경제학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국가가 돈을 뿌리며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불균형을 축소하고 자본시장의 취약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민간 부채의 증가와 취약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GDP의 약 98%로 세계적으로는 높은 수준이며 작년에 비해 5.8%포인트나 높아졌다. 또한 이미 2019년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도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반영하여 GDP 대비 기업 부채의 증가 폭이 매우 높았다. 빚더미에 앉은 경제가 걱정된다면 정부 부채가 아니라 민간 부채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가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재정 확장과 함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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