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큰 박수를 보낸다. 환경부를 주무 부처로 삼은 것에도 환호성을 지른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일자리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사례를 든 것에도 웃음 짓는다.
단,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나란히 들어 있을 게 아니라, 그린 뉴딜을 향해 디지털 뉴딜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형 뉴딜이 되어야 한다. 어떤 혁신기술이나 혁신정책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면 마땅히 우선순위를 주어야 한다. 실로 4차 산업혁명에는 생태 전환을 위한 기술이 들어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불규칙성을 보완하고, 사물인터넷은 예컨대 30%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탄소 배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는 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다.
내가 옮긴이의 말에서 ‘문재인 정부를 위하여 번역한다’고 밝힌 책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는 국가가 생태 기술혁신을 선도해서 대규모의 민간투자를 일으키기 위해 사용해야 할 11가지 경제정책을 모아놓았다. 이러한 투자전략은 당연히 소비 증대에 중점을 둔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보완한다. 즉, 그린 뉴딜과 소득주도성장은 함께 가야 더 빛을 발할 정책 조합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정치다. ‘그린 뉴딜’, 나아가서 더 포괄적 개념인 ‘생태 전환’은 화석 인프라에 입각한 산업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석탄산업이나 정유산업,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도 불만을 품을 수 있고, 일반 시민도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데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80억 인구, 또는 250여 개 국가들이 벌이는 죄수의 딜레마(‘남이 안 하면 나도 안 한다. 왜 나만 손해를 봐?’)이기 때문에 국가경쟁력 담론에 쉽게 패배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혁신 이론가 페레즈는 ‘생태 전환’의 기술혁신이 곧 경쟁력이며, 이미 무너진 ‘포드주의적 삶’을 대체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드는 나라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등 정부가 먼저 이를 숙지하고 정치적 반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휘황찬란한 말만 늘어놓고 결국 ‘녹색 분칠’로 끝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탈탄소 사회’의 목표를, 예컨대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선언해야 한다. 탄소세를 도입해서 탄소 가격을 만들어내고, 먼저 중국·일본 등과 공통의 탄소 가격에 합의해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생태 동맹’은 기존 안보 동맹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부품은 수입하지 않을 계획이며, 곧 ‘탄소 관세’도 부과할 것이다.
탄소세, 그린 뉴딜 성패의 시금석 될 것
참여정부의 종부세가 자산 불평등을 시정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표현했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 즉 소득 불평등 시정의 상징이었듯이 ‘탄소세’는 그린 뉴딜 성패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 환경·에너지 관련세를 탄소세로 대체하면 탄소 1t당 약 30달러가 되는데, 이 액수를 2030년 75달러, 2050년 125달러까지 올려야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충당하고 재생에너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할 일이 많으니 일자리도 많이 생길 테고(시장 실패의 시정을 넘어선 시장 창출이 핵심이다), 기술혁신 없이 감당할 수 없는 목표이므로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활약이 빼어나야 한다.
‘일생의 패배로 무능이 증명됐다. 이제는 깨끗이 손 떼야 한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어쩌면 정책가로서 나는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참여정부 때 실무책임자로서 종부세의 설계에 관여했고, 2012년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소개했으며, 2017년 생태 전환의 구체적 정책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2년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강화, 소득주도성장과 ‘전 국민 고용보험’의 결합, 그린 뉴딜의 실행을 통해 대성공을 거둘 일만 남았다. 이 세 정책은 마땅히 함께 실행되어야 하며 그때 비로소 불평등 위기와 기후위기를 극복할 길이 열릴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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