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감염병 그 자체보다는 외부로부터 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확진돼 주변으로부터 비난받거나 추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수치가 나 혹은 타인이 감염되는 경우보다 높았다. 봄철 감기 증세에 몸을 움츠린 경험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러게 거길 왜 갔어?’ ‘많이도 돌아다녔네’ 하고 쏟아지는 댓글을 잠시 상상하고는 금세 아득해졌다. 감염병만큼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세상은 정지되었을 것이고 머릿속에는 온갖 감정이 뒤엉켜 왔다 갔다 했을 것입니다.” 〈감염된 독서〉의 한 문장은 감염 환자가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는 듯하다. 저자는 에이즈 환자의 사랑을 다룬 프레데리크 페테르스의 소설 〈푸른 알약〉의 일부를 인용하며 “에이즈라는 병은 이해와 경멸이라는 두 극단에서 줄타기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수치심, 죄책감, 죽음에 대한 공포. 감염내과 의사인 저자가 2001년 스위스에서 출간된 문학 작품에서 찾아낸 감염병의 ‘얼굴’이다.
한때 문학도를 꿈꾸다 의사가 되었다. 의사로 산다는 건 죽음을 곁에 두는 일이었다. 탈출구를 찾는 심정으로 문학작품들을 읽고 글도 썼다. 시, 소설, 영화 작품 속에 기록된 감염병을 하나하나 톺아내며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사연을 떠올리기도 하고, 의사로서의 전문 소견도 곁들인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결핵으로 죽어가는 주인공 형이, 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에는 급성 뇌막염으로 죽은 아내가 있었다. 인류사를 바꿔온 만큼 감염병의 흔적은 문학작품에도 새겨지기 마련이다.
감염병이 만든 희로애락을 읽으며 저자는 겸허해진다고 말한다. “공포와 무지 속에서 삿대질을 받거나, 숙명과 한계 속에서 안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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