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일 것이다. 유대인인 프랑크 가족은 나치 치하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년 넘게 숨어 살았다. 네덜란드 해방을 한 달 앞두고 발각되어 아버지 오토 프랑크만 살아남는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다섯 나이에 수용소에서 죽어야 했던 안네 프랑크.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그가 2년간 숨어 살면서 쓴 일기를 그래픽노블로 각색한 작품이다.

평범한 소녀였던 안네의 삶은 1940년 5월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면서 바뀐다. 반유대주의 법 때문에 유대인은 가슴에 노란 별을 달아야 했고, 버스나 전차 탑승 불가, 영화관 출입 금지, 저녁 8시 이후에는 외출 금지를 당했다. 위기를 느낀 아버지는 차근차근 숨어 살 계획을 짰다. 1942년 7월9일 안네의 가족과 반 단 씨 가족 총 7명은 오토 프랑크의 회사 건물 비밀 공간으로 몰래 들어간다. 출입구는 거대한 책장으로 막혀 있어 감쪽같았다.

나치보다 무서운 가족·이웃과의 불화

은신처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항상 소곤소곤 말해야 하고, 불이나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만 했다. 건물 밖에는 나치의 군대와 경찰이 활보하고 다녔다. 안네는 “조만간 나의 분노가 폭발할지도 몰라!”라고 일기장에 썼다. 그런데 분노의 대상은 나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안네에게도 동포들은 죽어 가는데 이렇게 살아 있다는 죄책감도 있었다. 사춘기 소녀 안네를 정말로 괴롭히는 것은 가족 그리고 이웃과의 불화였다.

함께 사는 반 단 씨 부인은 괴팍하고 무엇이든 트집을 잡는다. 그의 아들 페터는 안네보다 나이가 조금 많다. 안네가 보기엔 그냥 바보 같다. 부모도 안네를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친 듯이 놀고 싶은 사춘기 여자아이일 뿐”인 안네에게, 어른들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나중에 합류한 치과 의사 알버트 뒤셀 씨는 책상을 쓰고 싶다는 안네의 말에 고작 신화 책이나 읽고 뜨개질이나 할 거 아니냐며 화를 낸다. 숨어 사는 안네에게는 어른들의 눈을 피할 공간조차 없다.

그럼에도 안네는 조금씩 성장한다. 생리가 시작되고,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 부모만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불안감은 더욱 커져간다. 은신처에 사는 사람들 간의 갈등 역시 줄어들지 않았다.

1944년 8월1일 마지막으로 안네의 일기는 멈추고 말았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던 소녀는 독일 항복을 두 달 앞두고 수용소에서 눈을 감는다. 안네는 유대인의 인권을 짓밟은 나치를 고발하겠다는 목적만으로 일기를 쓰지 않았다. 갇혀 지내는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에 충실했다. 우리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통해 그저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점이 오히려 나치의 만행을 더욱 부각한다.

기자명 박성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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