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눈에 띄는 IT 기사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1억800만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에이치엠엑스(HMX)’를 출시했다는 기사였다.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다. 엄지손가락만 한 ‘1/1.33인치’ 크기 센서 위에 1억800만 개의 광소자가 집적되었다는 의미다. 디지털카메라의 본격 시작을 알린 2001년 캐논의 1D 카메라가 400만 화소였다. 눈부신 발전이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 최고 업체는 소니였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강자였는데, 이제 삼성의 성장으로 미래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같은 기술 경쟁은 사진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특히 매체 사진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현재 사진은 완전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프린트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를 포함한 매체 사진은 기술 발전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대형 유리 건판 사진이 20세기 소형 카메라와 셀룰로스 필름의 발명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21세기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터넷 기술과 더불어 당대 사진을 대표한다. 그럼에도 19세기 카메라 사진의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조다. 유리 건판에서 이미지 센서로 플랫폼만 진화했다. 사진을 찍고 유통하는 완전한 혁명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진 혁명은 무엇인가? 발터 베냐민의 말처럼 완전하게 ‘아우라’가 사라진 무한의 복제와 누구나 찍고 유통할 수 있는 사진의 단계 말이다. 지금 그 문턱에 와 있는 듯하다. 그 실현 도구가 우리 손안에 있다. 삼성이 개발한 1억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고 한다. 광각·표준·망원 렌즈가 달리고 흑백 전용 렌즈도 별도로 탑재된다. 최소 4개 이상 렌즈를 동원하는 것이다. 이런 스펙만으로도 수백만원짜리 고급형 카메라를 대체한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녹음, 필기, GPS 정보,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매체 사진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 기록 도구의 집합이라 할 만하다.
AI가 매체에 적합한 사진 골라낼 것
고급 카메라를 든 사진가만 매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매체 사진을 촬영한다. 매체 사진은 이제 스마트폰 사진으로 대체될 것이다. 재난과 전쟁터에서, 관광지에서, 음식점에서, 집회 현장에서 누구나 찍는다. 이렇게 수많은 사진들이 넘쳐나고 또 쌓인다.
이렇게 찍은 모든 사진이 대중에게 유의미한 사진일까? 형식과 내용이 완비된 사진은 사실 소수일 것이다. 수많은 사진 중에서 매체에 가장 적합한 사진을 선택하는 게 일이다. 어떻게 판별할까? 아마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먼저 AI가 매체에 적합한 사진을 골라내고 에디터들이 감성과 윤리에 적합한 사진을 최종 판별한다. 10년 내 많은 언론사가 고용한 사진기자들을 정리해고하거나 최소 규모로 유지할 것이다. 사진부라 불리는 제도는 에디터 체제로 전환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매체 사진의 과제는 찍는 것이 아니라 보고 읽는 것이다. 사진은 대중이 알아서 찍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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