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살인자들
김세정 지음, 시사IN북 펴냄

“살인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2016년 4월 영국 링컨셔의 도시 스폴딩에서 두 모녀를 죽인 14세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가 체포되었다. 당시 둘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고 있었다. 언론은 이들을 ‘트와일라잇 살인자들’이라고 불렀다. 살인은 그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사회가 어떤 논리와 가치관에 의해 구성되고 작동되느냐에 따라 살인의 종류와 방법도 달라진다. 강도가 행인을 죽이는 것과 미혼모가 영아를 살해하는 것은 다르다.
한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영국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소개한다.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사건도 있다. 끔찍한 사건들의 전말을 쫓다 보면 저자의 바람대로 ‘나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배척하는가’ 질문하게 된다.

 

 

 

 

 

수리수리 집수리
김재관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리된 집에서 살게 될 인간의 삶을 수리하는 것이다.”

10여 년을 건축가로 살고, 이후 10여 년을 집수리 업자로 살고 있는 저자가 그간의 수리 작업을 모아 책을 냈다. 그는 ‘리모델링’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를 내버려두고 ‘수리’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닦을 수(修), 다스릴 리(理). 집수리는 오래된 집을 고치는 것 이상의 의미로 그 안에 사는 이들, 그리고 그 이웃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집수리 도면을 살펴보는 것 못지않게, 그 과정에 끼어드는 인물들의 사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수리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지만 오래된 집을 팔거나 새로 짓는 대신, 고쳐 쓰기로 결심했을 때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세상의 아내
캐롤 앤 더피 지음, 김준환 옮김, 봄날의책 펴냄

“아무도 내가 말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어.”

수록된 서른 편의 시 목차부터 흥미롭다. ‘부인’ ‘아내’ ‘신부’ ‘누이’로 끝나는 제목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보조 출연자에 머물거나 아예 보이지도 않았던 여성들이 화자의 자리를 꿰찬다. 이를테면 프로이트의 부인과 파우스트의 부인은 ‘대체 자신의 남편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에서 출발하는 시들이다. 남성 중심적 서사를 해체하고 그들의 이야기로만 구성된 세계에 화끈하게 돌을 던진다.
시인은 영국 왕실이 가장 영예로운 시인에게 수여하는(현재는 총리 추천 지명) ‘계관시인’ 중 한 사람이다. 2009년 선정됐으며 여성 시인 중 최초였다. 그뿐 아니라 그는 계관시인 최초로 스코틀랜드 노동계급 출신이었으며 성소수자이기도 했다.

 

 

 

 

 

 

 

폭풍 전의 폭풍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교유서가 펴냄

“문을 여는 사람과 그 문으로 뛰어나가는 사람이 항상 같지는 않다.”

로마 공화정의 몰락은 서구 역사학이나 관련 문예 작품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의 카르타고 정복으로부터 그라쿠스 형제의 토지법 개혁, 마리우스-술라 상쟁을 거쳐 이탈리아 내전에 이르는 70여 년간의 공화정 몰락 과정을 다뤘다. 원로원 귀족파와 민회 민중파 사이의 갈등, 스키피오와 그라쿠스, 카이사르 같은 인물들의 음모와 열정이 복잡하게 얽힌 당시의 역사가 저자의 유려한 문장력 덕분에 생생하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양극화, 특권에 집착하는 엘리트 집단, 정치인의 개인적 욕망에 휘둘리는 대중 등의 풍경은 오늘날 한국 시민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치킨쉬트 클럽
제시 에이싱어 지음, 서정아 옮김, 캐피털북스 펴냄

“미국 연방 검찰은 기업의 경영진을 기소하는 데 왜 실패하는가?”

화이트칼라 범죄와 같은 지능적인 사건을 주로 맡는 미국 뉴욕 남부지방 연방검찰청에는 최고의 검사들만 모여 있다. 2002년 2월, 뉴욕 남부지검 58대 검사장으로 제임스 코미가 임명된다. 부임한 코미는 형사국 검사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겁쟁이 클럽(Chickenshit Club)’ 회원이 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타당한 사건이 있고 그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으면 기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코미의 일장 연설과는 반대로 법무부가 다루는 화이트칼라 사건 수는 꾸준히 떨어지고, 판사들은 기업에 유리한 법률 해석을 내리기 시작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선임기자 제시 에이싱어가 기업과 법조계의 검은 유착을 파헤친다.

 

 

 

 

 

 

공짜 뉴스는 없다
권태호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좋은 기사에는 비용이 든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비용을 내야 한다.”

신문의 위기라는 말은 이제 지겹다. 콘텐츠가 좋으면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낼 것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포털사이트가 뉴스 유통 플랫폼이 되면서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해진 데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 책은 국내외 언론사들의 디지털 뉴스 유료화 분투기를 담았다. 20여 개 언론사들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서로 다른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뉴닉〉 〈퍼블리〉 등 신생 매체의 전략도 나온다.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주력하는 모습은 기성 언론과의 차별점이다. 저널리즘의 가치는 훼손하지 않으면서 뉴스를 어떻게 팔 것인가. 답이 나오지 않지만, 계속 해야 할 질문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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