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힘이다
배형민·최문규 지음, 도서출판 집 펴냄

“건축은 현실이라는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

배형민은 건축 전시 전문 큐레이터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수석 큐레이터,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협력감독을 역임했다. 최문규 건축가는 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이력만 보면 가히 ‘건축의 달인’들이라 할 만하다.
이 둘이 건축에 대해 말한다. 고담준론을 기대할 만한데 의외로 소박하다. 두 천재의 번뜩이는 통찰을 기대했는데 솔직한 자기 고백이 담겨 있다. 건축이라는 바다에서 조그만 돛단배를 띄워놓고 유유자적 항해한다. 그 넓은 바다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헤매고 있는지 털어놓는다. 솔직함은 자신감의 산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패트릭 J. 드닌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펴냄

“자유주의 안에서 국가는 개인주의의 주된 동력이 되어가고….”

고대적 세계관에서 자유란 개인과 정치체 수준에서 자치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었다. 절제, 중용, 정의 등 스스로 함양해야 하는 덕목이며 ‘자기 규율’이다. 고대인들에게 인간은 본성적으로 ‘관계 맺는 동물’이므로, 사회 및 정치체와 분리된 ‘개인의 자유’는 성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근대 자유주의에서 개인은 선천적으로 타인과 분리된 자율적 존재로 가정된다. 자유는 타고나는 것이며,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상태가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반된 자유관이 자유주의 자체에 내적 모순을 심었으며 급기야 이 세계관을 파멸시켰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개인주의의 주된 동력이 되어가고, 개인주의 또한 국가권력을 확대하는 주된 원천이 되어가는” 현실이 그 증거다.


인생운동을 찾았다!
이영미 지음, 시사IN북 펴냄

“오죽 재미있으면 ‘춤바람’이란 말이 있을까.”

춤을 글로 쓰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중가요 연구자이자 연극평론가로 평생 글을 쓰면서 대상이 뭐든 업으로 삼는 순간 일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춤을 배우고 추는 자체가 즐거웠다. 젊은 시절엔 약한 체력인 걸 자각하지 못했지만 50대 후반에 이르러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뜸과 부항, 마사지 등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체력 하락 추세를 늦추는, 생존을 위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저자처럼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중년들이 많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은 각각 다르다.
저자에겐 춤이었다. 책은 춤을 인생 운동으로 찾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배우며 깨달은 사실을 나누고 싶어서 저자는 다시 펜을 들었다.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
조성렬 지음, 백산서당 펴냄

“역사의 문을 빠져나가 과거로 가고 있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아라.”

한반도 비핵화에 관련된 광범위한 지식과 정보, 다양한 해결방안을 담고 있다. ‘포괄적 합의→일괄타결→단계적 이행’을 통한 비핵화 방안을 처음 고안한 저자가 북한 비핵화의 다양한 쟁점을 제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 일부 핵무기의 은닉 가능성, 핵지식의 재활용 가능성 등은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새롭게 떠오른 쟁점들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 방안과 관련, 미국의 불가침 조약에 더해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한 체제 보장을 제시한 점도 흥미롭다. 비핵화가 완료되어도 북한이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해제, 국제 금융기구 가입 허용, 최혜국대우를 통한 미국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걱정 마, 잘될 거야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이봄 펴냄

“애써 올라간 산 너머의 경치는 밋밋한 평지였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세대에 따라, 근속연수에 따라 사내 공기는 다르게 느껴진다. 〈걱정 마, 잘될 거야〉에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명의 직장인 세 명이 등장한다. 경력관리를 위해 이직을 생각하는 2년차 마리코, 신입사원과 베테랑 사이에 낀 12년차 마리코, 출세와 상관없이 사는 20년차 마리코가 그들이다.
아쉽게도 마리코는 다른 마리코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연차에 따라 다르고 성장하는 방법마저 세대마다 차이가 있다.
책은 2년차 마리코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다음 챕터에는 12년차, 그리고 20년차 마리코의 시점을 각각 보여준다. 마리코들의 생각을 교차해 보다 보면, 세 마음을 전부 이해하게 된다. 직장인 성장 만화다.



페미니즘 교실
김고연주 외 지음, 수신지 그림, 돌베개 펴냄

“페미니즘 교육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회는 청소년을 미래 세대라고 부르지만 저자들은 청소년을 ‘우리’라고 부른다. 책은 현재를 함께 살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동등한 자격을 가진 시민으로 청소년을 호명하며 시작한다. 10명의 저자는 혐오의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성세대로서 책임지는 마음으로 글을 모았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이나 역사를 설명하려는 시도 대신, 청소년 눈높이에 섰다. 학교·대중문화·사랑·꾸밈노동· 군대 등을 주제로 잡았다. 그렇다고 에둘러가지 않는다. 해당 주제 안에서 가장 첨예한 페미니즘 이슈들의 정곡을 겨눈다. ‘느금마’와 ‘앙 기모띠’가 일상인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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