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사람들 속 좁다.’ 기자 초년생 시절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충고다.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었다. 점잖고 조용하던 유명인이 갑자기 말문이 터질 때가 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다. 그렇게 정교하고 그렇게 신랄할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단점에 통달해 있다. 녹음기가 꺼졌을 때 보는 유명인은 대부분 남을 비난하는 모습이다.
장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그것은 나를 갉아먹고 나의 불안을 덮치는 것, 내가 지배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 나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일상이 된 유명인은 이런 강박이 더 심했다. 그리고 그 강박은 미움을 통해 표출되었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미움은 흔한 감정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멋대로 판단한다. 다양한 이유로 미워한다. 비판한다. 조소한다. 깔본다. 경멸한다. 시샘한다. 비난한다. ‘나는 미워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움은 존재의 표현 방식이다. 미움이 이렇게 흔한 감정인데도 우리는 자신에 대한 타인의 미움을 쉽게 견뎌내지 못한다. ‘미움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저자는 미움이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안타깝게도 무섭게 불합리한 감정인데, 그 불합리함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니 그걸 속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미워하는 것과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한 훈련을 게을리하면 기만적인 인간관계를 쌓게 되어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도 괴롭히는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미움은 과일을 먹고 난 뒤에 남는 씨앗이나 껍질 같은 것이라며 “사람을 좋아하라고, 결코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건, 먹는 건 좋지만 절대 배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어설프게 반성하기보다 ‘깔끔하게 미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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