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기자한테 전화를 받았다.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라는 취재였다. 〈시사IN〉의 독자 소통 전략을 물었다. 정작 전화를 끝내고 걸렸다. 우리, 정말 잘하고 있나? 독자란 무엇인가?
편집국장이 되고 나서 버릇이 생겼다. SNS에서 ‘시사IN’ ‘시사인’을 자주 검색한다. 독자 반응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기자 생활 초기만 해도 홈페이지 게시판이 가장 혁신적인 독자 소통 창구였다. 그전에는 우편 투고였다. 요즘엔 독자들이 SNS 자기 계정에 평을 남긴다. 검색해보면 상찬도 있고 비판도 있다. 기억에 오래 남는 평가는 따로 있다. ‘뜯지 않은 〈시사IN〉.’ 배송되는 〈시사IN〉이 포장지 그대로 쌓여간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안 읽다 보니…. 그나마 〈시사IN〉을 응원하기 위해 구독하니 쌓여가도 괜찮다는 글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뜯지 않은 〈시사IN〉은 댓글로 치면, 악플보다 더한 무플이다. 무관심이고 무반응이다. 쌓여만 가는 〈시사IN〉이 어쩌면 지금의 우리 수준인지 모른다. 그런 평가를 접할 때마다 자책도 하고 반성도 했다. 그래서 새해 각오를 적었다. 뜯게 하자. 〈시사IN〉 포장지를 뜯게 하자.
한편으론 독자들에게 바람도 있다. 〈시사IN〉 구독을 유지하고 주변에도 권유해달라고 감히 부탁드린다. 여유가 된다면 ‘2019 나눔IN 캠페인’에도 참여해주시라. 무모한 바람이라는 것, 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요청드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2012년 12월19일 박근혜 후보 당선. 그날부터 일주일. 판매팀 전화가 불이 났다. ‘뭐라도 하고 싶다’는 자발적 구독 전화가 빗발쳤다. 그때 정기 구독 5만5000부를 찍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시사IN〉은 이 힘으로 특종도 하고 탐사보도도 할 수 있었다. 촛불 정국 때 ‘안종범 수첩’ 단독 입수라는 대형 특종으로 독자들 성원에 화답하려고 애썼다. ‘삼성 장충기 문자’ 특종 등 경제 권력 감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7년 5월10일 대통령 선거. 정권 교체. 그날부터 판매팀 전화는 뜸해졌다. 처음으로 공개한다. 현재 정기 독자 3만4000부 선도 위태롭다. ‘100% 진성 독자’이기에, 이 숫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수익의 70~80%를 정기 독자에 기댄 〈시사IN〉 처지에선 정기 구독 4만 부가 마지노선이다. 그 마지노선이 한참 무너졌다. 독자들에게 구독을 요청하기 전에 읽고 싶은 잡지를 만드는 게 선결 조건이라는 것도 안다. 새해 첫날부터 최고의 퀄리티 페이퍼를 만들자며 기자들을 다그치고 있다.
이 편지를 끝내며 버릇대로 SNS에서 ‘시사IN’을 검색했다. 또 보고야 말았다. 뜯지 않은 〈시사IN〉. 기필코 새해 다짐을 지키련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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