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9~10호기는 12월13일 낮 가동을 멈췄기에, 여전히 돌아가는 1~8호기에서 먼저 2인1조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인원은 추가되지 않았다. 한 명이 혼자 한 구역을 점검하던 방식에서 두 명이 함께 두 구역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두 명이 같이 움직이는 대신 점검해야 할 구역이 두 배로 늘어났다. 김성도씨는 “상상도 못했던 해결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홍보 담당자는 “(하청인) 한전산업개발 쪽에서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건의가 왔고, 2월1일부터 네 개 과에 각 네 명씩 충원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1~8호기는 현재 네 과로 이루어져 있고, 과마다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네 명이 충원되면 과마다 28명으로 늘어난다. 김성도씨는 “현재 각 과에서 혼자 작업하는 작업장이 열두 곳이나 된다. 네 명만 늘려주면 나머지 여덟 곳의 작업장은 어떻게 하나. 계속 주먹구구식 2인1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 번 근무할 때 3회 점검이 2회 점검으로 줄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간 근무를 하면, 오전 7시와 오후 1시에 각각 한 번씩 점검을 한다. 점검이 끝난 오후 2시부터는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고, 이상이 생긴 구역을 정비하거나 불이 붙지 않도록 떨어진 석탄(낙탄)을 치운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했던 일을 이제는 적어도 멈춰놓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서부발전, 전 직원에게 보안 각서 받아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는 라인을 그 시간 내내 멈춰놓을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업무 지시처럼 오후 2시부터 정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후 3시나 오후 4시까지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날이 많다. 그만큼 정비할 시간도, 낙탄을 치울 시간도 짧아진다. 빠듯한 시간 안에 밀린 업무를 대충 처리하다 보면, 화재나 설비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더 높아진다. 책임은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돌아간다. 하청업체 직원의 업무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김용균씨 사고 이후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동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러워했다. 김성도씨를 비롯한 1~8호기 동료들은 실제 이름은 물론이고 나이, 경력, 구체적 근무지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용균씨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 12월26일 한국서부발전은 ‘업무상 비밀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라는 보안 각서에 전 직원이 서명하도록 한 바 있다.
-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전혜원·나경희 기자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계약직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 청년 김용균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입사한 지 3개월 된 신입사원은, 밤중에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를 홀로 살피...
-
[카드뉴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카드뉴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시사IN 편집국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계약직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 청년이 숨졌다. 사고 이후에도 동료들은 컨베이어벨트에 투입됐다. 9월17일 김용균씨(...
-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사진 이명익·나경희 기자
빈소는 2교대로 돌아갔다. 주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컨베이어벨트에 삽이 휘말려 들어갈 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다가, 용균씨가 컨...
-
아들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의 2주
아들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의 2주
태안·대전·서울 나경희 기자
아기가 잠투정을 할 때마다 어머니는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어머니의 등에 업혀 들었던 자장가를 기억하며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는 언젠가 아들이 본인처럼 순...
-
직업병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직업병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7년 11월, 우리 병원 산재업무 담당자가 신체감정 의뢰가 있다고 내게 연락을 했다. 신체감정이란 법원의 요청으로 사건 당사자의 건강 문제와 원인 등을 확인·규명하기 위해 촉...
-
‘책임의 외주화’ 막으려는 ‘김용균법’의 탄생
‘책임의 외주화’ 막으려는 ‘김용균법’의 탄생
전혜원 기자
김용균씨는 왜 죽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은 이렇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업무를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업체에 하청 주...
-
“아들이 남긴 숙제는 죽음의 고리 끊는 것”
“아들이 남긴 숙제는 죽음의 고리 끊는 것”
태안·나경희 기자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49)는 난생처음 국회를 찾았다. 스스로를 “집과 직장밖에 몰랐던 평범한 아이 엄마”라고 칭하는 그는 국회 복도에서 성탄절 전야를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
아들의 죽음, 그 후 58일
아들의 죽음, 그 후 58일
나경희 기자
태안버스터미널에서 태안군 보건의료원까지 택시 요금은 4100원이다. 택시 기사 말처럼 도로가 막힐 일 없는 ‘시골잉께’ 새벽에 타든, 한낮에 타든 꼭 4100원이다. 가는 길 왼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