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이 무너진 직후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SK건설은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이 내린 집중호우로 댐에 저장된 물이 넘쳐 보조댐이 ‘유실’됐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하루 438㎜ 폭우가 내렸던 사고 당일, SK건설은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일반적인 경우, 많은 비가 예상되면 수문을 열어 댐에 저장된 물을 미리 방류한다. 하지만 세피안·세남노이 댐에는 별도의 수문이 없다.

ⓒ시사IN 이명익드론을 띄워 세남노이 댐 인근 전경을 촬영했다.
만수가 되면 사진 중간 아래에 있는 갈고리 모양 물길(여수로)로 물이 빠져나가는 구조이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에 딸린 댐 3개(세남노이·세피안·후웨이막찬)와 보조댐 5개는 제방처럼 인공 저수지를 조성해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에는 여닫을 수 있는 수문 대신 여수로(spill way)가 있다. 여수로는 일종의 물길로 댐 둔덕을 따라 만든다. 인공 저수지에 담수가 가득 차면 여수로를 따라 물이 빠져나가 저수지가 범람하는 것을 막는다. 9월24일 댐 인근에 있는 SK건설 ‘공사 캠프’에서 만난 직원은 “비가 많이 와서 댐 수위가 높아지면 여수로로 물이 넘어간다. 7월23일에도 여수로를 통해 물이 빠져나갔다”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라오스 정부가 진행하는 원인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해본 바로는 시공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PF 계약, 보험 계약 위반’이라고 하지만

 

ⓒ시사IN 이명익비엔티안 현지에 위치한 SK건설 비상대책 사무소에는 한 법률사무소의 간판이 달려 있었다.

의문이 남았다. 수문이 없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비가 다시 내렸을 때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 댐 사고 이후 SK건설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비상대책 사무소’를 두고 있다. 9월25일 취재진은 이곳을 찾았다. 입수한 주소를 따라 찾아간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에는 SK건설 비상대책 사무소 간판 대신 한 법률사무소의 간판이 달려 있었다. 주 라오스 한국 대사관을 통해 현지 파견 직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이 직원은 “(한국) 추석 연휴라서 출근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끝난 9월27일 SK건설 사무실을 다시 방문했다. 여전히 문이 닫혀 있었다. SK건설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파견 직원들이 지방(참파사크 주)에 있어서 비엔티안 현지 사무실에서는 취재에 응할 수 있는 직원이 남아 있지 않다. 현지 비상대책 사무소는 임시로 임차한 것이다. 이전에 있던 법률사무소의 사무실을 그대로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9월28일 SK건설 홍보팀은 취재진에게 ‘당사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올 때까지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라오스 정부와 주주사들, 발주처인 PNPC는 PF 계약, 보험 계약 등에 의거 대외 인터뷰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SK건설은 사고 직후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을 공개한 바 있다. 같은 논리라면 PF 계약이나 보험 계약 위반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그때는 인터뷰가 아니라서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비엔티안·참파사크 주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