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운동을 해온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는 “보유세의 강도 높은 개혁으로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집값 폭등은 투기 수요 때문인가, 아니면 상위 20% 5분위 가구의 소득 증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전적으로 투기 수요 때문이다. 상위 20%의 소득이 최근 크게 오른 건 사실이다. 그들이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입지 좋은 곳의 10년 미만 새 아파트를 강하게 선호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소득은 예전에도 높았고 꾸준히 상승해왔다. 소득만으로 최근 집값 폭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집값의 변동 추이는?

대구, 부산 등 지방 대도시의 집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6년 동안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 집값은 당시엔 잠잠하다가 2014년 가을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2016년 들어 상승세에 탄력이 붙더니 지난해부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해 7월 들어서는 ‘충격과 공포’의 국면이 전개 중이다. 매우 심각한 상태다. 서울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주택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율을 집계한 지수. 매수자가 많아 매도자의 힘이 커질수록 수치가 상승. 보통 100 이하면 ‘매수자 우위’, 100 이상이면 ‘매도자 우위’로 평가)’가 9월 첫째 주에 171까지 치솟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 매도자의 힘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이야기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가을,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검단신도시 확대 건설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서울의 주택 폭등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원 올랐다. 당시에도 매수우위지수가 150대에 불과했다.

구체적 원인은?

요즘 대세는 ‘아파트 공급은 부족한 반면 5분위 소득이 증가하는 바람에 집값이 뛴다’라는 견해다. 글쎄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소득분위별 PIR 지수(Price to Income Ratio:주택 가격을 가구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 PIR이 10배라면 10년치 소득을 모두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라는 자료가 있다. 여기서 가격 기준 최상위 20% 주택과 서울 지역 5분위 소득자 간의 PIR을 구해보았다. 올해 1분기의 PIR 지수는 11.0~11.8배다. 서울 집값이 잠잠하던 2009~201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4~2016년보다는 현격히 높다(가구 소득과 주택 가격의 비율로 따지면, 2018년 1분기보다 2014~2016년이 오히려 주택을 사기 쉬웠다는 의미). 5분위 가구들이 주택 구입 능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시기에 억제하던 욕망을 2018년에 갑자기 폭발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집값이 오를 듯한 느낌’이다. 이런 것을 투기 수요라고 한다.

공급부족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박할 텐가?

주택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보급률(주택 수를 일반 가구 수로 나눈 비율)이 100% 이상이다. 주택 수가 가구 수보다 많다. 서울도 최근 98%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자가보유율(전체 가구 중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최근 48%대로 오히려 떨어졌다. 주택 보유자가 집을 자꾸 산다는 이야기다. 또한 2014년 가을부터 신규 매수자 가운데 ‘주택 보유자’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 2017~2018년의 서울 신규 주택 입주 물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근래의 인허가 물량(3~4년 뒤 입주) 역시 계속 상승 추세다.

문재인 정부는 가수요 억제를 위해 꽤 강력한 조치들을 시행해왔지만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의 경우, 청약과 주택 공급 방식, 유동성 관리(LTV와 DTI 규제), 재건축 규제 등 여러 정책을 조합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했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역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총량도 줄이는 등 사실상 부동산 정책이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시행해온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유동성 관리를 통한 수요 억제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 역시 무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9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은 2022년까지 공공주택을 100만 호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정부가 ‘9·13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위는 서울 마포구청의 임대사업자 등록 신청석 모습.

그러나 김수현 수석의 정책 목표는 ‘가격 급등도 곤란하지만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인 상황에서 가격 하락 역시 안 된다’였을 것이다. 정책 조합을 살펴보면 주택 가격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의지가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의 의지가 두드러질 수 없었다. 아마도 그는 유동성 관리만 잘 하면 집값을 지금 수준에서 조금씩 오르내리는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을까? 

심각한 상황 오판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지난해 말 발표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다주택 보유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줬다. 왜 그랬을까? 적어도 주택을 사고파는 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확신했던 것이다. 다주택 보유자가 주택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큰 수익을 내려면 전월세 가격을 올리거나 입주자를 단기간에 갈아치울지도 모른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 제한이나 일정한 기간 세입자를 쫓아내지 못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제도는 보유세였다. 심지어 8·2 대책이나 10·24 대책 역시 시장 참여자들에겐 ‘보유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소재였다고 본다. 결국 보유세가 망가지면서 김수현 수석의 모든 설계도가 틀어져버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 결정적 사건들이 터진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파는 경우 양도세를 중과하는 조치가 4월부터 시행되자 이후 3개월 동안 매수우선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다. 실제로 투기 심리가 위축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7월에 ‘투기하라’는 신호가 여러 차례 떨어졌다. 기획재정부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혁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의도-용산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밝혔다. 옥탑방 생활을 마친 뒤엔 ‘경전철·모노레일 등을 강북에 집중투자하겠다’고 했다. 매수우위지수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7월에 보유세 정책이 강화되고 정부 측면의 ‘뻘짓’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집값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대안은 보유세 강화인가?

시장은 이미 ‘비이성적 열광’ 상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대안의 화력도 매우 강해야 한다. 공급 확대 이야기가 나오면 안 된다. 투기 수요는 일반적 수요와 다르다. 2006년 검단신도시를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자 오히려 집값이 미친 듯 날뛰었다. 이게 상식적인가? 기본적으로 공급이 증가할 전망이면 수요는 줄어야 한다. 그러나 투기적 가수요가 창궐하는 시기에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역시 공급이 부족하구나. 정부마저 공인(公認)했어. 앞으로 더 오르겠네!’라고 생각한다. 인내하던 사람들까지 투기에 뛰어든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주택 매입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꺾는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보유세 강화다. 보유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실제 가격과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그 로드맵도 미리 발표해서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공시가격의 상승 과정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당시 만든 ‘공정시장 가액비율’은 폐지해야 한다(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도 아니다. 공시가격에 다시 어떤 비율을 곱해서 나온 가격으로 과세하는데, 그 비율이 ‘공정시장 가액비율’). 이렇게 되면 보유세 가운데 재산세가 많이 상승할 것이다. 이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참여정부 당시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10억원짜리 아파트의 연간 보유세가 200만원 정도인 지금의 상황이 청산되고,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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