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세븐일레븐 서울 동대문구청점을 운영하는 이성종씨(46)가 매장에 도착해 결제단말기(POS)를 켰다. 이 단말기로 본사는 2시간마다 매장이 영업 중인지 체크한다. 이씨는 심야 시간 미영업 제도를 이용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는 문을 닫는다. 그러나 연중무휴인 것은 똑같다. 명절에 쉬고 싶어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없으면 ‘땜빵’을 해야 한다. 무단으로 영업을 안 하면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본사 직원은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매장을 체크한다. 오전 6시27분 첫 손님이 담배 두 갑을 사갔다.

9평(약 30㎡) 편의점이 전날 본사에서 보내온 물품으로 꽉 차 있었다. 이씨는 세븐일레븐 본사가 제공하는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 가격도 본사가 정한다. 점주가 가격을 내리려면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프로모션도 모두 본사의 요청이다. “투 플러스 원 행사 상품입니다.” 단말기를 찍자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손님이 음료를 하나 더 가져왔다.

ⓒ시사IN 조남진세븐일레븐 서울 동대문구청점을 운영하는 이성종씨는 하루 9시간씩 주 5일 일해 월 110만원을 번다.
본사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는 본사 경영 노하우인 ‘세븐일레븐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이씨는 물량 주문도 세븐일레븐 점포 관리 시스템의 추천에 따라 본사에 한다. “편의점은 1년 돌려보면 견적이 나온다. 자기 능력으로 매출을 올릴 여지가 별로 없다. 밖에서 더 싼 상품도 본사에서 비싸게 사고,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낸다.”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한 이씨는 편의점 매출이익의 65%를, 본사는 35%를 가져간다. 그날그날 현금 매출을 본사로 송금하면 매월 13일 본사가 가맹 로열티 등을 뺀 금액을 정산해 보내온다. 800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차린 9평짜리 편의점에서, 이씨는 하루 9시간씩 주 5일 일해 월 110만원을 번다. 이씨는 9시간 동안 3분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편의점 매대를 떠나지 못했다. 오후 3시, 이씨는 아르바이트와 교대했다.

이쯤 되면 이씨가 ‘사장님’이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씨는 “계약서에는 사업자라고 되어 있지만 권리가 거의 없다. 사실상 노동자와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흔한 푸념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씨의 한마디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꿰뚫는다. 편의점과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자영업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은폐된 고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윤성희7월26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가 서울 서초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무슨 말일까. 2014년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연구〉를 총괄한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자영업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에 팔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맹점주는 이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가맹본부가 모두 결정하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영업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사람이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브랜드와 상품을 사용하면서 점포를 운영할 권리를 받는다. 이때 가맹점주는 본사의 통일화·표준화된 영업 방식과 품질 기준에 따라야 한다. ‘경영’이라고 부르는 일의 핵심을 본사에 넘기는 것이다. 그 대가로 가맹점주는 본사에 가맹금을 낸다. 본사는 경영의 핵심 업무를 대리하는 대신, 매장을 확장하는 비용과 리스크를 가맹점주에게 넘긴다. 이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다시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가맹점주가 실질적인 자영업자라면 영업상 재량권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프랜차이즈의 속성에 반한다. 프랜차이즈 계약 자체가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를 지배하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종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가맹점주는 ‘종속적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말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이 모순이 바로 프랜차이즈 노동관계의 본질이다.”

‘종속적 자영업자’는 기존 노동법 체계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낯선 범주다. 전통적 노동관계는 ‘고용 여부’를 기준으로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나눈다. 이 구조에서는, 고용되어 있으면 종속적이고 자영업자라면 자율적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종속적 자영업자’의 출현

이게 달라졌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자영업자인데도 종속적인 사람들이 등장했다. 또 사실상 고용되어 있으면서도 자율적인 사람들도 등장했다. 고용 여부와 종속성 여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용 여부’ 외에 ‘종속성’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사분면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그림〉에서 ‘종속적 자영업자’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이 바로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다. 편의점 점주 외에도, 제빵·커피·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흔히 접하는 유형이다. 그와 반대로 ‘자율적 임금노동자’ 영역도 등장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학습지 교사, 레미콘 차주,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방송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임금노동자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김경무씨(58)의 삶은 노동시장에서 이 사분면이 작동하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는 원래 회사원으로 일했다. 전형적인 임금노동자 노동시장에 속한 사람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0대에 접어든 그는 더 버티지 못하고 이 임금노동자 영역에서 튕겨 나와 ‘종속적 자영업자’ 영역으로 이동했다.

김씨는 퇴사 후 7년간 외식 프랜차이즈인 ‘피자에땅’을 운영했다. 부부가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365일 일해 월 매출 3000만원을 찍으면서 매달 300만원을 채 벌지 못했다. “피자에땅 전화번호 뒷자리가 ‘3651’이다. 연중무휴다. 명절에 쉬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을 닫고 싶어도 인터넷 주문창을 켜면 매장을 열었는지 원격 감독을 받는다. 말이 자영업자이지 선택권이 하나도 없었다. 시중보다 비싼 재료를 ‘필수 물품’이라고 해서 본사에서만 사야 했다. 내 돈 1억3000만원 내고 노예가 됐다.” 그는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어 본사와 싸우다 계약을 해지당했다.  

김씨는 현재 배달 대행업체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다. ‘종속적 자영업자’ 영역에서 ‘자율적 임금노동자’ 영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여기도 화장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주문 들어왔는데 늦으면 안 되니까. 그래도 피자에땅 하던 시절에 비하면 자유롭다. 적어도 쉬는 시간은 내가 정할 수 있다.”

기존 노동법은 아직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라는 단순한 세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림〉의 사분면으로 이동했다. 노동시장에 불어닥친 구조적이고 지구적인 변화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노동을 새로 정의하고, 노동법적 보호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 운전자는 우리로 치면 일종의 특수고용 노동자에 해당한다. 영국 중앙노동법원과 노동법원 항소부는 잇달아 우버 운전자가 하는 일이 노동에 속한다고 보았다. ‘자율적 임금노동자’를 노동법 보호 안으로 집어넣은 사례다.

ⓒEPA지난해 11월 영국 노동법원 항소부는 우버 기사를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낸 야신 아슬람 씨(가운데)와 제임스 파라 씨(왼쪽에서 두 번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대법원은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당한 일련의 사건에서 이를 노동계약 해지로 간주하거나, 노동법 조항을 확대 적용해 본사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계약 해지를 사실상 ‘해고’로 본 것이다. 영국 대법원은 2011년 오토클렌즈(Autoclenz) 본사와 가맹점주가 체결한 세차 프랜차이즈 계약이 노동관계를 회피하는 ‘위장 계약’이라고 봤다(한국노동연구원,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연구〉, 2014).

프랜차이즈가 처음 등장한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매사추세츠 법원은 청소 서비스 프랜차이즈 업체 커버롤(Coverall) 본사가 가맹점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도 가맹점주들을 독립 사업자로 잘못 분류했다며, 손해배상금 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가맹점주들을 노동자로 즉시 재분류해 제대로 대우하라고 명령했다(데이비드 와일, 〈균열일터〉).

심지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일본이다. 2009년 일본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고 본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본사는 이를 거부했고, 사건은 노동위원회로 향했다. 2014년 오카야마 현 노동위원회는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며 본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2012년 일본 패밀리마트 가맹점주들도 노조를 결성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2015년 도쿄 도 노동위원회 역시 마찬가지 판단을 내렸다.

일본의 두 노동위원회가 편의점주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본 이유는 이렇다. 일본 편의점은 점주들이 영업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본사 직원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본사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으며, 신제품 도입 등 본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그날그날 매출을 송금해 잔액을 받는 등 노동 제공의 대가 성격이 있다. 스스로 리스크를 안고 독립적으로 경영 판단을 할 재량이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편의점주를 노동조합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로 봤다. 이것은 이성종씨의 일과에서 기자가 확인한 모습과 정확히 겹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의 일본 본사는 여전히 “가맹점주는 독립된 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현재 두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협의 중이다. 일본 편의점 가맹점주로 구성된 노동조합 ‘편의점 가맹점 유니온’의 사카이 다카노리 집행위원장은 “두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릴 거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일본 편의점 가맹점주 노조 만들어 싸운다 기사 참조).

프랜차이즈를 은폐된 고용으로 파악하는 관점은 한국의 현실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을까. 당장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최전선이 있다. 최저임금이다. 월 110만원을 버는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이성종씨도 지금처럼 아르바이트 노동자
2명을 쓸 경우 내년에 월 2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을 선언하면서, 갈등 구도는 ‘가맹점주’ 대 ‘가맹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그 뒤의 정부)로 형성되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에게 가맹점과 ‘상생’하라고 압박하지만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맹점주를 고용주로만 보면 논의는 이 안에서 맴돌기 쉽다.

‘알바비 싸움’ 넘어선 논의 모색해야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존재를 ‘은폐된 고용’으로 파악하는 순간 최저임금 논쟁 구도도 달리 보인다. 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가 고용에 가깝다고 한다면, 둘 사이에 필요한 건 막연한 ‘상생’이 아니라 노동법적인 접근이 된다. 박제성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맹점주와 가맹점 노동자의 대립으로만 표출되는 것은 가맹본부의 책임과 권한이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에 맞게 권한을 축소하는 방법과 권한에 맞게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공정거래법이, 두 번째 방법은 노동법이 취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첫 번째 방법만 쓰고 있고 그것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지배·종속적 노동관계이기 때문에 노동법도 개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이 노조를 만들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금도 단체를 만들 수는 있다. 2013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점주들은 점주협의회라는 단체를 구성해 본사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노동법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기업에 강제한다. 이 차이는 크다. 하승재 할리스커피점주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10월 협회가 생기고 본사 영업부장과 한 번 만난 게 다다. 본사가 테이블에 앉아주지 않는다. 노조는 법이 보호해주지만 우리 자영업자는 10년만 지나면 계약 갱신을 거절당해도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여론은 “본사와는 싸우지 않고 만만한 알바비만 문제 삼느냐”라고 점주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점주들에게는 본사와 ‘싸울 무기’가 없다. 노동법적 접근은 점주들에게 ‘싸울 무기’를 줄 수 있다.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가맹비 인하를 본사에 요구하며 공동 휴업을 한다고 해보자. 본사는 계약 위반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 제도에서는, 이 장면에서 편의점주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이럴 때 노동 3권이 편의점주들에게 적용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정부에 의한 ‘팔 비틀기식 상생협약’이 아니라, 노사관계의 틀에서 문제를 풀어갈 길이 열린다. 노동시장을 〈그림〉과 같이 새로이 인식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가맹점주들도 ‘알바비 싸움’을 넘어선 싸움을 모색하고 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정책국장(가맹거래사)은 “최저임금이 올라야 하지만, 지금의 왜곡된 소득 배분 구조도 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정책국장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100조원 중 7조5000억원이 수익이다. 그 가운데 5조원을 23만명 가맹점주가 나눠가지고 2조5000억원을 4200곳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정 정책국장은 “수익구조를 개선해달라고 수없이 이야기해왔지만, 본사들은 점주협의회를 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협의회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활용해 가맹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가맹사업법상 ‘협의 요청’을 ‘단체교섭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노동 3권 같은 약자들의 권리를 프랜차이즈가 속한 경제법 영역으로 확대하는 게 옳다고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제도적으로 포섭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한국 사회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노동자적 성격을 논의할 장이 열렸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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