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급이 다른 볼륨의 함성이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보여준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Fake Love)’ 퍼포먼스는 적어도 팬들의 반응에 관한 한, 압도적인 1위였다.

걱정이 없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의 신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를 감상해보니, ‘페이크 러브’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팝이었기 때문이다. 앨범에는 ‘페이크 러브’보다 좋은 곡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볼까. ‘134340’에서 들을 수 있는 곡 전개와 플루트 샘플링은 어떤가. 여기에 인디 쪽의 소문난 이야기꾼 정바비가 참여해 독특한 비유가 돋보이는 노랫말을 완성해냈다.

ⓒREUTERS5월20일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컴백 무대를 연 방탄소년단.

스티브 아오키가 함께 작업한 ‘전하지 못한 진심’도 거론해야 마땅하다. 몽환적인 사운드 디자인에 설득력 높은 멜로디를 더해 ‘이것이 최신’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앨런 워커를 연상케 하는 곡이기도 한데, 그보다는 좀 더 멜로디가 선명하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낙원’ 몫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해외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 엠넥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언을 하는 건 물론 아니다. 이 곡을 집중해서 감상해보라. 멜로디가 아닌 비트에 귀를 기울여보면,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된 곡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근 1년간 내가 들었던 아이돌 곡 중 비트로만 따지자면 레드벨벳의 ‘피카부’와 함께 이 곡이 최고다. 

이런 빼어난 곡들과 비교하자면 ‘페이크 러브’는 좀 평범하다. ‘페이크 러브’를 반복해 외치는 짧은 구절로 승부하는 댄스 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앨범 단위로 조망하면 평가는 조금 달라진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는 방탄소년단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최신으로 업그레이드한 앨범이다. ‘에어플레인 파트2(Airplane pt. 2)’ ‘낙원’ ‘앙팡맨(Anpanman)’ 등이 보여주듯이 그간 지속해왔던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장르 문법을 깊고 다양하게 가져간 점이 돋보인다.

케이팝 팬덤 문화의 최전선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트렌드의 흐름에 민감한 촉수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빌보드 차트를 꾸준히 챙겨온 팬이라면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이크 러브’는 이를테면 균형점의 역할을 해주는 곡인 셈인데, 첫 싱글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라 여겨진다. 또 하나, 가열찬 ‘싱얼롱’이 가능하다는 측면도 고려했을 게 확실하다.

산업으로서의 현재 팝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 요소는 무엇보다 강력한 팬덤이다. 뮤지션과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소셜 미디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팝은 갈수록 팬덤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이 되고 있다(역으로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은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저명한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의 매각이 이를 상징한다). 시상식을 장악했던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함성을 들어보라. 이런 흐름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케이팝,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임을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다시 한번 증명해준 셈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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