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낸 소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좁은 방〉은 대학생 용민이가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들어갔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오기까지 8개월을 그린 만화다. 죄를 지은 나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알았던 좁은 방에 평범한 대학생인 그가 구속된 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덧붙인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온 질곡의 시간이 만화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주인공 용민이처럼 199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맡았던 대학생들의 투쟁과 헌신, 아픈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소개일 테지만 나는 이 만화를 조금 다르게 읽었다.

우리 삶은 한정되어 있고 생활환경도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상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 만화의 배경이 회사, 식당, 학교, 마트도 아닌 ‘감방’이기에 소재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 주변에서 제대로 ‘방’ 생활을 해본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오던 교도소는 나쁜 사람들만 모아놓은, 칙칙하고 어둡고 폭력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책은 그런 편견을 한순간에 뒤집어엎는다.

온몸에 문신을 한 조폭들은 착하고 순하며, 이곳 생활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런 면을 부각한 점에서 어쩌면 작가 김홍모가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자신의 만화를 차용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만화는 2010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이후, 웹툰 플랫폼 〈어른〉에서 연재되며 드라마보다 훨씬 이전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감방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배경, 기본적인 포맷과 주제의식, 전개 방식도 다소 비슷하다. 나 역시도 만화 속 등장인물, 감기약을 많이 먹어 약간 모자란 앵벌이 용식이를 보면서 드라마 속 약쟁이 해롱이 유한양이 떠올랐으니까.

의외의 장면에서 발현되는 휴머니즘

어떤 조직에 속해 있든 조직을 만드는 건 사람이고 우리 삶의 질은 그 사람들(가족이나 친구 혹은 동료)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살면서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기도 하고 오랜 친구와 헤어지기도 하며 직장을 떠나거나 심지어 가족과 등을 돌리기도 한다.

다만 〈좁은 방〉에서는 구성원들과의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들은 배제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맺어진 구성원들과의 조합에서 꽃을 피운다. 살인, 강도, 강간, 조직폭력, 방화를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서 말이다. 의외의 장소, 의외의 장면에서 발현되는 휴머니즘,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 ‘방’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슬기로운 사람은 존재한다.

이 책은 주인공이 감방에 잡혀가게 된 배경을 그리며 1990년대의 사회 정치사를 일별하는 데 의외의 재미를 준다. 용민이를 접견하러 온 그의 아버지가 ‘반성문’을 쓰지 말고 신념을 지키라는 말로 힘을 보태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묵직한 초콜릿 케이크처럼 쌉쌀하고 달콤한 여운이 남는다.

기자명 김문영 (이숲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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