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문서는 주기적(매일) 파일 삭제, 문서 파일은 개인 PC에 보관 금지, 출력물은 사용 후 즉시 파쇄.” 박근혜 정부 노동부 상황실이 2015년 10월30일 작성한 문건이다.
박근혜 노동부 상황실은 서울고용노동청이 위치한 서울 중구 장교동 장교빌딩 19층에 있었다. 활동을 감추기 위해 비상상황 대응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극도의 보안을 강조하는 문건은 해당 기구 활동의 탈법·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한 듯, 각종 문서 등 자료를 인멸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명시했다.
입·출입 시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에 특이 상황이 있는지 확인을 철저히 하라고 했다. 박근혜 노동부 상황실이 적시한 ‘특이 상황’은 노조 등 거동 수상자를 발견했을 때다. 기자·국회의원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외부인이 침입하면 첫 번째로 출입문을 봉쇄하고, 두 번째로 비상연락을 취해야 한다. 사무실 내 최상급자는 상황을 노동부 차관에게 유선 보고하고, 차상급자는 전 직원에게 전파하라고 지시한다. 이어 노동부 서울노동청 과장에게 연락해 청사 방호시스템을 가동시키고 경찰에 신고하라는 요령을 적시한다. “○○○ 사무실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침입했다”라는 경찰에 신고할 문구까지 적시했다.
‘감금 시 대응’도 있다. 상황실장의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사무실 안에 있는 최상급자의 지휘 아래 개별 행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고 나서는 출력물·문서 파일 등 삭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하달했다.
2012년 12월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김하영 국정원 직원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김 직원은 ‘셀프 감금’으로 자신의 오피스텔 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노트북에 남은 활동 내역을 삭제했다.
박근혜 교육부의 비선 조직과 비슷한 대응
다른 정부 부처에서 ‘실제 상황’도 있었다. 해당 문건이 적성되기 닷새 전인 2015년 10월25일, 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비선 조직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TF’가 폭로됐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몰래 설치한 기구였다.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등 당시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위치한 TF 사무실을 찾아가 대치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TF 관계자들은 당일 저녁 아홉 번이나 경찰에 신고해 출동을 요청했다. 박근혜 정부 교육부는 당시 “어떤 경우에도 공직자로서 정부 문서가 부당하게 탈취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과 절박감에 다급하게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다음 날 해당 건물 쓰레기 더미에서는 잘게 파쇄된 TF 문건이 발견됐다.
박근혜 노동부 상황실의 비상 대응 매뉴얼과 교육부 국정교과서 TF의 실제 상황 대응이 거의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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