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5년 가까이 기다린 결과가 3월29일 오후 2시50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나왔다. 이진성 헌재소장이 주문을 읽었다. “2013헌마637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인 김은지, 피청구인 서울중앙지검 검사. …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 사실이거나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기소유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이를 취소한다.”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소유예라는 검찰 처분을 제대로 알게 된 계기는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보도였다. 2012년 12월에 쓴 기사를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문제 삼았다. 박 전 대통령 5촌 박용수씨가 다른 5촌 박용철씨를 죽이고 자살했다고 경찰이 결론 내린 사건에서 새 증거인 부검보고서를 입수해 쓴 내용이었다(〈시사IN〉 제273호 ‘친척 간 살인 사건 새 의혹’ 기사 참조). 박 회장은 나와 주진우 선배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2013년 2월25일 박 전 대통령 취임식 날 검찰에서 출석하라는 전화가 왔다. 기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서슬 퍼렇던 시절이라 걱정이 앞섰다. 검찰이 장단 맞춰 칼춤을 출 수 있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역시나였다. 이건령 검사는 “선정적으로 기사를 쓰는 건 더 많이 팔려는 거냐, 박근혜가 정말 싫은 거냐?” “외국에선 이런 기사를 쓰면 민사소송으로 언론사 문 닫게 할 벌금을 매긴다” 따위 말을 쏟아냈다. 이후 검찰은 내게 ‘잘못은 있지만 봐준다’는 취지의 기소유예 통지서를 보냈다. 주요 이유가 ‘피의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였다. 황당해서 웃음이 났다. 그런 생각도, 말도 한 적이 없었다. 수사를 받아보니 보이는 게 많았다. 기소권을 비롯해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기소유예에 항의하는 방법은 헌법 소원뿐이었다. 재판으로 무죄를 받을 헌법적 권리를 빼앗겼기에 헌재에 헌법 소원을 냈다.
이런 권리조차 대부분 잘 몰라 기소유예를 받으면 대충 넘어간다. 기소유예는 무혐의 처분이 아니다. 수사기관 내부 기록으로 남는다.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 헌법 소원으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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