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목’ 연재가 5회를 넘겼다. 이쯤에서 목 통증에 대한 올바른 ‘개념 탑재’를 확인하기 위해 독자 퀴즈를 기획해본다. 준비된 상품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직장인 K씨는 회사 업무로 온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산다. 출장이라도 가면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몇 시간씩 보내는 것은 다반사다. 그렇게 일해도 부장님께 좋은 소리 한번 못 듣는 날이 많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적진을 때려 부수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어깻죽지 근육이 뭉치고 욱신거리고 뒤통수가 당긴다. 컴퓨터로 일할 때 더 심해져 집중이 안 되고 수면 중에도 아파서 깰 때가 있다. K씨 통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1)어깻죽지 근육 뭉침

2)부장님에 대한 분노와 스트레스

3)어깨 힘줄 손상

4)목 디스코 손상

5)목 디스크 손상

정답은 5)번 목 디스크 손상이다. 오답 1), 2), 3)번을 택한 독자들은 각각 지난 백년 목 연재를 다시 한번 정독하시기 바란다. 4)번을 택한 분은 안과 진료가 급하다.

아마도 연재를 읽어온 많은 분들이 정답을 맞히셨으리라. 이처럼 남의 목 디스크 진단은 참 쉽다.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런데 막상 그게 자신의 문제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K씨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목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눈빛이 약간 흔들린다. ‘목 디스크라면 몇십만원짜리 MRI를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 ‘허걱,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목 디스크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MRI를 찍고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지난 연재에 UCLA 의대 테레시 교수의 연구 보고를 소개했다(〈시사IN〉 제478호 ‘목병 두면 어깨병 도진다’ 기사 참조). ‘건강한 사람도 MRI를 찍어보면 젊은 사람은 20%, 64세가 넘으면 57%에서 목 디스크 탈출이 있다’는 내용이다. 게이오 의대 정형외과 마쓰모토 교수도 1998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목이나 팔이 현재 전혀 아프지 않고 과거에도 아픈 적이 없었던 10대부터 60세 이상까지 정상 남녀 497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했더니 디스크 팽윤(디스크 탈출은 아직 아니지만 내부 손상이 심해져 디스크 뒤쪽이 신경 쪽으로 밀리는 상황)은 57%에서, 탈출증은 14%에서 관찰되었다. 디스크 손상(디스크 내부 손상과 탈출증을 포함)을 확인했더니 20대는 남자 17%, 여자 12%에서, 60대 이상에서는 남녀 각각 86%, 89%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다. 정상적인 디스크를 가진 정상인이 오히려 드물다. 주목할 점은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평생 목 디스크 관련 증상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디스크가 손상되고 탈출되어도 아프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혹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아팠다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의미다. 마쓰모토 교수도 논문에 ‘(목 디스크 증상의 과거력이 없는 사람들만 포함하려고 했으나) 일시적으로 약간 아팠던 것을 잊어버린 사람들까지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결과를 보면 디스크의 손상과 탈출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통증이 생길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K씨가 겪고 있는 증상이 목 디스크 손상 때문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게 된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정상인도 비정상으로 나오는 MRI를 바로 찍을 필요가 없고 당연히 수술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목 디스크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다루도록 하자.

그런데 ‘어차피 저절로 낫는 병이라면 퀴즈에서 꼭 5)번 정답을 맞힐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목 디스크 손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빨리 낫고 재발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있느냐? 다음의 실제 사례를 보자.

석 달 전 교통사고로 경추 4-5번, 5-6번 디스크가 탈출되어 양쪽 어깻죽지·아래팔·손 통증이 매우 심한 31세 남자 환자가 찾아왔다. 오른쪽이 훨씬 더 심하고 손 통증이 심해서 자다가도 한두 번은 깰 정도였다. 석 달 동안 여러 치료를 해봤지만 차도가 없어서 “제발 통증을 해결해서 잠이라도 좀 자게 해달라”고 했다. MRI상 디스크 탈출도 심하고 통증도 예사롭지 않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로 했다. 단서를 하나 달아주었다. “목 운동을 가르쳐줄 테니 금요일 시술 때까지 열심히 하세요. 혹시 운동만으로 통증이 좋아지면 주사 안 맞아도 됩니다.” 금요일 시술실에 들어오는 표정이 좀 달라 보였다. 운동만 했는데 통증이 많이 좋아지고 잠도 편히 잔다고 했다. 당연히 시술은 취소되었다. 밤에 잠을 못 자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할 만큼 아픈 디스크 탈출증이 며칠간의 운동만으로도 좋아졌던 경우다.

목과 목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은 위험할 수도

그렇지만 “목 운동을 죽어라 하는데 낫기는커녕 몇 년 동안 더 심해지더라” 하며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이런 분들이 하고 있는 목 운동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크게 두 가지 잘못된 운동을 하는데, 하나는 목 주변 근육을 강하게 스트레칭하는 것(그림 1)이고, 또 하나는 목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그림 2)이다. 이런 동작은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다.

잘못된 스트레칭이 널리 퍼진 이유는 전문가들이 목, 어깻죽지, 팔,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통증의 원인이 목 디스크 손상이라는 것을 모르고 근육 뭉침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트레칭을 하면 당장은 좀 시원한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목 디스크가 더 손상되어 몇 년 동안 낫지 않는 원인이 된다.

목 근육 강화는 어떠한가? 목 디스크를 보호하는 근육이 강화되면 좋은 일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연재에서 설명했듯이 목 디스크 손상은 나쁜 자세나 스트레스 때문인데, 고개를 떨구는 나쁜 자세는 목덜미 근육을 강하게 수축하여 그 압박으로 디스크가 손상된다. 목덜미 근육의 강한 수축이 디스크를 손상시키는데 그 근육을 더 강화한다고? 난센스다. 이런 경우는 뭉친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풀거나 디스크 압박을 가하는 목덜미 근육을 강화할 때가 아니다. 디스크를 잘 아물게 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디스크를 잘 아물게 하는 운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매킨지의 신전(늘여서 펼침) 동작이다. 매킨지 신전 동작은 아래 세 단계를 따라 하면 된다(그림 3).

1)허리를 꼿꼿이 하여 요추 전만을 만들고 (이렇게 하면 경추 전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시사IN〉 제470호 ‘백년 허리 비결이 백년 목 비결이라네’ 기사 참조).

2)가슴을 활짝 열어 양쪽의 어깨뼈(견갑골)를 가운데로 모은다.

3)턱을 조금씩 치켜들면서 목을 천천히 뒤로 젖힌다.

목 디스크는 수핵이 뒤로 밀리면서 디스크 뒤쪽 부위가 손상되고, 수핵이 뒤쪽으로 탈출되는 것이 주된 문제다. 위 신전 동작을 하면 뒤로 밀리던 수핵이 앞으로 되돌아가서 디스크 손상과 탈출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신전 동작의 치료 기전은 최근 필자와 서울대 공대생 3명이 MRI를 이용해 확인한 바 있다. 허리 신전에 대한 연구는 서너 편 나와 있지만 목 신전 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초이다(재미있는 것은 이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공대생 3명이 보낸 피싱 이메일이었다는 점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밝힌다). 매킨지 신전 동작을 하면서 더 아파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두 가지 경우이다. 하나는 디스크 탈출이 심한 경우 목을 뒤로 젖히면(신전하면) 수핵은 앞으로 이동하지만 섬유륜은 오히려 더 뒤로 밀려서 염증이 심한 신경뿌리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위 필자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현상이다. 신전 동작 때 방사통(어깻죽지, 견갑골, 팔, 손의 통증)이 생기면 그 직전까지만 목을 뒤로 젖히는 것이 중요하다. 방사통을 참으며 계속 젖히면 점점 더 심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게 된다. 방사통이 생기지 않는 범위만큼만 신전 동작을 자주 하면, 아프지 않게 젖힐 수 있는 범위가 서서히 넓어진다.

또 다른 경우는 매킨지 동작에 너무 집착을 하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1956년 신전 동작의 효과를 우연히 발견한 다음 이론을 발전시켰기 때문에 당시 유행하던 잘못된 운동들도 많이 권유했다. 앞에서 설명한 나쁜 스트레칭(그림 1)도 매킨지 동작에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는 MRI도 없었고 디스크 탈출 때 신경뿌리에 염증이 심해진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매킨지 신전 동작을 정확히 해야 통증 완화

매킨지를 너무 강조하면 나쁜 동작도 따라 하게 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 매킨지 동작을 모두 따라 하는 것보다 정확한 신전 동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매킨지 동작을 열심히 하는데도 낫지 않는다”라면서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나쁜 동작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가장 흔히 보는 나쁜 동작이 턱을 당기는(Chin Tuck) 자세(그림 4)이다. 이 자세는 목덜미 근육의 수축을 줄여주고 신경뿌리가 지나가는 구멍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어서 일시적으로는 통증이 좋아지지만 궁극적으로는 목을 구부리는 힘을 가하게 되어 디스크를 더 손상시킬 수 있다. 배가 고파서 칭얼거리는 갓난아기한테 막대사탕을 물려주면 당장은 조용해지지만 허구한 날 사탕만 물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 아닌가. 턱 당김 자세는 달콤한 사탕일 뿐이다. 심한 손상으로 갓난아기처럼 나약한 디스크에 막대사탕을 물릴 것인지 모유를 줄 것인지는 알아서 판단하시라.

기자명 정선근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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