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과 구조업체 언딘의 유착 의혹이 거세지는 가운데, 2011년에 개정된 수난구호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은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해양구조협회(해구협) 설립을 명시하여, 해경과 언딘의 ‘가려운 곳’을 절묘하게 긁어주었다. 이 법으로 해경은 예산과 퇴직자의 ‘낙하산’ 자리를 확보했고, 언딘은 해구협 회원사로서 구조작업 접근권 및 해경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얻었다.

해구협(총재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개정 수난구호법에 따라 2013년 1월23일 창립했다. 언딘의 김윤상 대표이사는 해구협 부총재를 맡고 있다가,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이 거세지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해경 출신 퇴직자 6명도 해구협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있다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바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모두 14명이다. 이 중 4명이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김정권(경남 김해시), 신영수(경기 성남시), 권영진(대구광역시), 윤영(경남 거제시) 후보가 그들이다. 권영진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이고, 나머지는 기초단체장 후보다. 윤영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나머지 셋은 새누리당 후보다. 무소속 윤 후보도 법안 발의 당시에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연합뉴스수난구호법을 공동 발의했던 김정권·신영수·권영진·윤영 전 의원(왼쪽부터). 이들은 6·4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시사IN〉은 수난구호법을 공동 발의한 배경과 관련해 각 후보들의 의견을 물었다. 김정권 후보는 “이 법안은 당시 뒤처져 있던 수색·구조·구난·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을 보완하기 위한 법이었다. 유착 문제가 있다면 법이 아닌 관리·감독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신영수 후보도 “법안 자체는 선의에 의한 것이다. (해경과 언딘의 관계 등은) 우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권영진 후보와 윤영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병석 국회 부의장 측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이 법은 당시 흩어져 있던 각종 수난구호 사항을 한데 모은 것이다. 해경의 요청을 받아 법안을 발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위원회 의원실에서 일했던 한 국회 보좌관은 “해경이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부지런히 국회를 드나들었다. 법 원안이 해경에 너무 유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중에는 소방방재청 등이 ‘영역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라고 귀띔했다.

대표 발의한 이병석 부의장, 해구협 고문 등재

이병석 부의장은 2012년 8월26일 해양경찰 발전에 기여했다며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현재 한국해양구조협회 고문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부의장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주승용·강창일 의원과 송영길 인천시장, 새누리당 소속 주영순·이재균 의원이 해구협 고문으로 등재되어 있다.

해구협 설립 당시 해양경찰청장이었던 이강덕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병석 부의장의 지역구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본진’ 격인 포항에서 새누리당 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이강덕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던, 경찰 내에서 손꼽히는 ‘MB맨’이었다. 이 후보는 2012년 이병석 부의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당시 해경청장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해양구조협회 명예총재를 맡고 있다. 이강덕 후보 측은 “이 후보의 고향이 포항일 뿐 포항시장 후보 공천은 이병석 부의장과 관계가 없다. 수난구호법도 이 후보가 해경청장으로 가기 전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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